“대한민국 군대는 시민을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공격하는 것으로 보였다. 다수 군인은 특전사였다. 사람들이 병원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다들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커다란 피멍이 든 채 자신들이 겪은 폭행을 증언했다. 그 누구도 왜 자기가 맞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고 모두 분노하고 있었다.”
5·18 민주화운동을 세계에 알린 故(고) 찰스 베츠 헌틀리 목사의 회고록 일부입니다. 1980년 5월 광주기독병원 원목실장으로 재직하던 헌틀리 목사는 5·18 당시 광주의 참상을 촬영, 지인들을 통해 몰래 미국과 독일 등지로 보냈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푸른 눈의 목격자에게도 비극이었습니다. 헌틀리 목사의 부인 마사 헌틀리 여사 역시 5월의 광주를 떠올리며 ‘참혹 그 자체’라고 표현하기도 했죠.
외국인이 이럴진대, 5·18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시각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 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망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자유한국당 의원이 함께한 자리에서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북한군 개입은 이미 증명된 사실” “전두환은 영웅”이라고 주장하며 민주화운동을 폄훼했습니다. 여기에 이 의원은 “80년 광주폭동이 10년, 20년 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며 “다시 (폭동으로) 뒤집을 때”라고 주장했고요. 김 의원도 “조금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가세했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또 다른 의견이 아닙니다. 틀린 말입니다. 5·18 민주화운동은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제정됐고, 이듬해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했습니다. 대법원은 1997년 5·18 운동을 무력 진압한 전두환씨, 노태우씨에 대해 내란 목적 살인 혐의 등으로 사형 확정판결을 내렸죠. 역사와 국민 그리고 법이 광주항쟁을 민주화 운동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 도를 넘는 헛소리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서 말입니다. 한국당 지도부의 수준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5·18 망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의 의원들 제명이 추진되자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 당 일이니 다른 당은 신경 써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실소도 아깝습니다.
이들의 목표와 이득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지씨는 앞서 ‘5·18 북한군 배후설’을 주장하며 민주화운동을 왜곡해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런 지씨를 공청회 발표자로 내세우고 그것도 모자라 경악스러운 주장에 조직적으로 동조한 한국당 의원들. 거짓과 선동, 공분이 새롭게 찾은 보수 혁신과 개혁 방법인 걸까요. 그들이 만드는 보수에 오늘도 끝없는 환멸을 느낍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