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캡틴 마블' 하늘을 날 수 없었던 女, 자신의 힘으로 날다

[쿡리뷰] '캡틴 마블' 하늘을 날 수 없었던 女, 자신의 힘으로 날다

'캡틴 마블' 하늘을 날 수 없었던 女, 자신의 힘으로 날다

기사승인 2019-03-06 09:28:47

슈퍼히어로의 탄생에 얽힌 비화를 우리는 그간 수많은 스크린을 통해 봐 왔다. 전쟁의 비극 아래 탄생한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 거미에 물린 스파이더맨부터 토르, 로키, 앤트맨, 데드풀에 헐크까지. 사연 없는 히어로가 없을 정도다. ‘캡틴 마블’(감독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의 사연은 어떨까. 마블의 첫 여성 히어로 솔로 무비라는 수식어 아래 얼마나 비극적인, 혹은 기가 막힌 사연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지만 ‘캡틴 마블’은 기가 막힌 사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의 기대를 단숨에 깨부순다. 눈물 나는 사연, 히어로가 되기 위한 피나는 수련이나 불완전하고 어린 인물은 ‘캡틴 마블’속에 없다. 단지 그 안에는 자신에 대한 확신이 넘치는 한 사람의 여성이 있을 뿐이다.

1995년, 기억을 잃은 크리 족의 전사 비어스(브리 라슨)는 6년간의 수련끝에 첫 임무에 나선다. 하지만 임무에서의 실수로 그녀는 지구에 불시착하게 된다. 적인 스크럴 족을 지구에서도 계속해 쫓으며 크리 족에게도 지원을 요청하는 비어스. 그러나 그녀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기억의 파편이 지구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 와중에 닉 퓨리(사무엘 L. 잭슨)를 만나 함께 스크럴을 쫓으며 자신의 기억도 점점 찾아가는 비어스는 자신의 원래 이름이 캐롤 댄버스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가 캐롤이었던 시절, 절친했던 친구 마리아는 두 사람이 최고의 공군 조종사였음을 알린다. 여자는 전투기에 탈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비행 한 번 한 번이 소중했던 그녀들. 그리고 캐롤은 소중했던 마지막 비행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음을 알게 된다. 마침내 그녀 앞에 드러난 추악한 비밀과 배신 앞에서, 캐롤은 새로운 선택을 한다. 

‘캡틴 마블’은 히어로의 성장 스토리라기보다는 기억을 찾아가는 영화에 가깝다. 캡틴 마블의 기억 조각을 따라가며 관객들은 점차 외계 행성과 스크럴, 캐롤의 기억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내게 된다. ‘어떻게 캡틴 마블에게 그 커다란 힘이 생겼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캡틴 마블’은 이미 큰 힘을 가진 히어로가 자신의 신념을 따라 어떻게 세상의 판도를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브리 라슨은 영화 개봉 전 “이 영화는 페미니스트 영화”라고 발언해 평점 테러를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캡틴 마블’을 본 사람들은 여지없이 브리 라슨의 말을 인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성은 하늘을 날 수 없었던 시대, 공군 조종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캐롤 댄버스는 성별을 떠나 약자를 대변하는 히어로로서 영화 속에 존재한다. ‘원더 우먼’이나 ‘블랙 위도우’ 등의 이전 여성 히어로들에게 섹시한 이미지가 강요돼왔던 것을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동시에 ‘브리 라슨이 못생겨서 캡틴 마블에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국내의 미스캐스팅 논란이 얼마나 부적절한 것이었는지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닉 퓨리는 어째서 안대를 하게 되었는지, 혹은 어벤져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의 사이드 스토리도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양념이다. 고양이 구스 역을 맡은 12살의(!) 대여배우 고양이 레지의 열연은 본편만큼의 재미를 보장한다. 6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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