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동네에 작은 서점이 있었다. 그 서점에 들어서면 많은 책이 꽂혀 있었고 하나하나 꺼내서 읽어보는 소소한 재미가 있어 자주 찾게 됐다. 각 서점 간의 특성도 존재했고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터넷 서점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 말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서점, 슈퍼마켓, 빵집 등이 대기업 아니면 인터넷 시장으로 변했다.
원격의료가 진행되면 보건의료계도 이렇게 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정부가 최근 기술의 발전을 활용해 ‘스마트진료’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서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 진료도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원격으로 하자는 이야기다. 물론 도서·벽지, 원양선박, 군부대, 교도소 등에서 제한적인 원격진료 도입이지만 이들만을 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도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 사무처장은 “환자의 편의를 늘리기 위한 정책이라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실제로는 네트워크, 웨어러블 디바이스, 체외진단기를 판매할 기업을 위한 제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간에 대한 제한을 뒀지만, 언제까지 제한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올바른 의료행위로 이어질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2000년 8월 1일부터 2일까지 이틀간 의사 다섯 명이 원격으로 진료한 환자 수가 13만명”이라며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원격의료에 대해 의사협회가 강력히 반대하고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의사 한 명당 하루에 환자를 1만3000명을 본 것이다. 이 중에 처방전을 받은 사람이 7만8000명으로 과반이 넘었다. 제대로 된 진료라고 볼 수 있을까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시범사업에 대한 실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소하 의원의 말이 사실이라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약 20년간 시범사업을 꾸준히 진행했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법 개정이 절실하다면 그에 맞는 근거를 갖고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시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