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코끼리 덤보의 이야기는 디즈니의 4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1941년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 관객들에게는 생소하다. 월트 디즈니의 대표적인 캐릭터로 자리잡았기에 캐릭터의 조형은 익숙하지만 이 코끼리가 담고 있는 이야기는 한국 관객들에게 제대로 선보여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즈니와 팀 버튼이 손잡고 만든 라이브 액션 ‘덤보’(Dumbo)는 익숙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기본으로 새로운 골조를 쌓았다. 사랑스럽고, 쉽지만 어려운 이야기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9년, 미주리 주에 도착한 서커스단 ‘메디치 브라더스’의 메디치 단장은 재정난으로 어려운 가운데 아시아 코끼리 한 마리를 사 온다. 그 코끼리가 새끼를 낳아 볼거리가 되기를 기대해서다. 그러나 막상 태어난 코끼리는 귀가 몸보다 더 커 징그럽기 짝이 없다. 메디치는 “괴물을 낳았다”며 엄마 코끼리인 점보를 자신이 사온 곳에 도로 팔아버린다.
아기 코끼리 덤보를 돌봐주는 것은 메디치 브라더스의 간판 스타였던 홀트(콜린 파렐)의 아이들인 밀리(니코 파커)와 조(핀리 홉니스). 큰 귀 때문에 놀림거리가 돼버린 서커스의 애물단지 덤보의 곁에서 시간을 보내다,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한다. 전쟁에서 한쪽 팔을 잃어버린 홀트는 덤보가 제대로 재주를 부리면 자신의 쇼를 만들어준다는 단장의 말에 덤보를 훈련시키기에 나선다.
덤보는 좀처럼 훈련에 동참하지 않지만, 밀리와 조는 덤보에게 “네가 돈을 많이 벌어오면 그 돈으로 다시 엄마를 사 올 수 있다”고 타이른다. 마침내 사람들 앞에 나선 덤보는 하늘을 날아보이고, 이 사실이 대서특필되자 엔터테인먼트 사업가인 반데비어(마이클 키튼)는 메디치에게 손을 내민다. 자신이 짓고 있는 거대한 놀이동산 ‘드림랜드’의 간판 스타로 덤보를 내세우자는 것이다.
‘덤보’는 전형적인 가족영화이자 아웃사이더를 그리는 영화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야기의 구조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메시지들은 남다르다. 다른 것은 놀림감이 아니라 선물이며, 소외된 사람들은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을 자신의 이득 때문에 이용하는 인간의 잔인함과 그에 대한 인과응보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CG로 만들어진 아기 코끼리 덤보는 메디치의 말대로 이상하게 생겼지만, 그 눈망울은 순진무구하고 사랑스럽다. 그래서일까. 서커스에서 처음으로 겁에 질린 덤보가 하늘을 날 때, 기쁨이나 짜릿함보다는 슬픔이 크다. 불에 쫓겨 좁아터진 서커스 천막 안을 나는 덤보와, 그것을 박수까지 치며 올려다보는 관객들의 웃는 모습은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오는 27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