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지킬 앤 하이드’ 170분 장악한 전동석의 ‘동지킬’, 부족함 없었다

[쿡리뷰] ‘지킬 앤 하이드’ 170분 장악한 전동석의 ‘동지킬’, 부족함 없었다

‘지킬 앤 하이드’ 170분 장악한 전동석의 ‘동지킬’, 부족함 없었다

기사승인 2019-04-09 07:00:00


새로운 지킬의 탄생이다. 뮤지컬 배우 전동석이 데뷔 10년 만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합류했다. 186㎝의 큰 키로 무대를 압도한 전동석은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등 선배 지킬들에 못지않은 당당한 연기로 관객들을 휘어잡았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원작으로 한 ’지킬 앤 하이드‘는 병을 앓는 아버지를 위해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실험을 거듭하는 헨리 지킬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이다.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힌 지킬은 직접 자신의 몸에 약물을 투입하고 상반된 인격의 하이드와 공존한다. 선과 악으로 양분된 지킬을 사랑하는 두 여인의 로맨스 역시 비극적으로 치닫는다.

배우 의존도가 유독 높은 뮤지컬이다. 지킬의 내적 갈등과 변신이 주요 주제인 만큼 극을 이끌어가고 반전시키는 것 모두 인물들의 심경과 상황 변화에 의존한다. 직접 자신의 몸에 주사를 놓기까지 지킬의 고뇌, 지킬과 하이드의 극단적 대비 표현, 엠마와 루시에 대한 감정 표현 등 배우의 연기력이 부족하면 납득하기 힘든 장면들이 많다. 한 명의 심리변화에 집중된 이야기인 만큼 공간적 제약도 있다. 엠마와의 약혼식과 루시와의 클럽 첫 만남, 살인 사건 등 강렬한 몇 장면을 제외하곤 대부분 지킬의 실험실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대부분 인물의 감정과 상황 표현은 프랭크 와일드 혼이 작곡한 명곡들로 전달된다. 유명 뮤지컬 넘버인 ‘지금 이 순간’을 비롯해, ‘얼라이브’(Alive), ‘뉴 라이프’(New Life), ‘이츠 어 데인저러스 게임’(It's A Dangerous Game), ‘컨프론테이션’(Confrontation) 등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곡들이 가득하다. 조명과 무대 역시 곡 분위기에 맞게 변하며 몰입을 돕는다.

전동석은 섬세한 지킬과 포악한 하이드의 양면성을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한다.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듯 지킬의 감정을 표현하던 전동석은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선 물 만난 고기처럼 자신의 장기를 뽐내듯 마음껏 내지른다. 미리 준비한 느낌이 드는 애드리브나 하이드의 강렬함을 표현하는 데 어색함이 엿보이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엔 부족함이 없다.

국내에서 초연한 지 15년이나 지난 뮤지컬이어서일까, 아니면 19세기 소설이 원작이어서일까. ‘지킬 앤 하이드’에는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불편한 몇몇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루시를 착취하는 포주와 마담의 폭력, 여성 종업원을 하대하는 신사 아닌 신사들의 대화 등 몰입을 방해하는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이날 객석의 대부분을 채운 건 여성 관객들이었다.

'지킬 앤 하이드'는 하차한 뮤지컬 배우 홍광호의 빈 자리를 민우혁, 전동석이 메워 조승우, 박은태까지 4인 체제로 공연 중이다. 다음달 19일까지 서울 올림픽로 샤롯데씨어터에서 볼 수 있다. 인터미션 포함 170분. 만 7세 이상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창작컴퍼니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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