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터를 잡은 세계 최고의 휴대용 엑스레이 제조기업이 공장허가 취소 위기의 빌미로 대두된 합의서가 강압에 의해 작성되고 내용에도 결정적 오류를 담고 있다는 주장을 내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휴대용 엑스레이 세계점유율 1위 기업인 ㈜포스콤은 12일 문제의 합의서를 공개하며 “건축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4개 집단의 강요와 위협에 어쩔 수 없이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6년 7월 13일 고양시청 직소민원실에서 이뤄진 합의는 강요와 압박에 의해 이뤄지고, 합의서 또한 졸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합의서 서명자 5명 가운데 모 국회의원실 보좌관, 모 경기도의원, 고양시 도시주택국장, 학부모대책위원장 등 4명이 단일대오를 이뤄 다른 한 명인 포스콘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였던 것.
포스콤은 “2시간 이상 신경전을 벌이며 포스콤 대표가 회의 자리를 뛰쳐나오는 등 격한 거부상황이 지속됐지만 4개 집단의 압력을 끝내 이겨내지 못하고 굴욕적인 서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런 식의 합의서가 과연 법적인 효력을 갖는지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중론이다. 이와 함께 당시 4명의 서명자에게 법적인 대표 권한이 있었는지, 그 권한은 누구로부터 위임받았는지도 따져볼 부분이다.
이와 함께 합의서가 졸속으로 작성되면서 내용에도 상당 부분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1항 ‘건축물에 방사선 차폐시설을 설치하지 않는다’는 조항의 경우 원자력안전법을 무시한 결정적인 오류로 볼 수 있다.
포스콤은 “공장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사선량이 한도 이하가 되도록 필요한 차폐벽이나 차폐물을 설치해야 한다’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규칙을 지켜야 한다”면서 “차폐시설이 없으면 방사선 발생장치 생산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양시가 알고도 모른 척했는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고양시는 최근 포스콤의 방사선 차폐시설 가동중지 및 철거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포스콤의 차폐시설 내외부에서 측정한 방사선량이 국내 자연방사선량 수준에 그친 사실을 확인한 상태였다.
포스콤은 “차폐함이 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설비임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유해시설로 둔갑시키고, 여러 전문기관으로부터 안전성을 확인하고도 억지를 부리는 고양시의 처신에 경악하며 분노한다”며 “휴대용 엑스레이에 관한 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는 첨단기업을 도산시키려는 음모라는 생각까지 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포스콤은 나름대로 합의서에 따르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학부모들의 요구를 담은 제2, 3, 4항을 지키기 위해 엄청난 손실을 감수했다는 것이다.
포스콤은 “건축공사 도중 두 차례 계약을 변경하고 민원제기에 대한 공사중지 피해, 공사기간 변경, 옥탑층 철거 및 보강공사로 2억1500만 원의 추가 공사비를 지급하고, 건물 높이를 1개 층 낮추면서 수억 원의 피해도 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콤은 고양시의 공장 등록 취소가 끝내 강행될 경우 뜻있는 시민들과 연대투쟁에 나서는가 하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맞설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포스콤 직원들은 12일부터 고양시청 앞에서 1인시위에 들어갔다. 직원들은 ‘고양시에서 성장한 기업, 시민의 생존권이 달려 있습니다’ ‘공장등록 취소 절대 안돼요’ ‘시민의 자랑스러운 직장 일본기업에 빼앗길 수 없어요’ 등 문구를 내걸고 침묵으로 호소하고 있다.
이래저래 고양시에 몰아닥친 ‘포스콤 사태’의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한편 연간 2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 휴대용 엑스레이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인정받는 포스콤의 100여 명의 직원 중 60% 정도가 지역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정수익 기자 sagu@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