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18일 의원총회를 열고 세 시간 넘게 회의를 이어갔으나 서로의 이견 차만 확인한 채 소득없이 끝났다.
바른미래당은 이날 지도부 사퇴론, 선거제‧개혁입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국민적지지 회복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별다른 소득을 내놓지 못했다.
지도부 총사퇴 등 당의 진로에 대해서는 제3지대론을 주장하는 국민의당계 의원과 합당을 반대하는 바른정당계 의원간의 극심한 의견충돌이 빚어졌다. 패스트트랙 표결은 총회 도중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공수처 논의 합의에 대해) 그런 것 없다”고 밝힌 입장이 전해지면서 무산됐다.
◇ 박주선 “제3지대 모색”…이언주·유승민 “중도보수 지켜야”=이날 의총에선 지도부 책임론 등 당의 진로 문제에 있어 출신 정당별 확연한 입장차가 드러났다. 국민의당계 박주선 의원은 민주평화당과 제3지대를 모색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바른정당계 유승민 의원과 이언주 의원은 합당 반대 의사를 보였다.
박주선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고 있으니 제3지대에서 빅텐트를 쳐서 중도·민생 위주로 정치하려는 사람을 전부 규합해 새 출발 하려는데 우리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빅텐트 안에 민주평화당을 수용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손 대표도 제3지대론 빅텐트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에 유승민 의원과 이언주 의원은 당의 회생을 위해서는 중도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민주평화당과의 합당을 반대했다.
유 의원은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으로 살아남을 생각을 하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생각을 해야한다. ‘지역당이 되겠다’ ‘(호남지역 기반의) 민주평화당과 합쳐 호남에서의 선거만 생각하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저는 당이 살아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당 대표 사퇴와 당 진로에 대해서는 “드릴말씀이 없다. 저는 전혀 이야기 안했다”며 회피했다.
이 의원은 “창당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이 당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사실상 굉장히 많은 토론을 제가 직접 했다”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은 제대로 된 중도보수, 야당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실망하는 한국당의 안타까운 부분들을 경쟁하고 보완‧대체를 하든 그런 역할을 함으로써 야당을 바로 세우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지리멸렬한 상태가 됐고 계속해서 여당의 눈치를 보는 이중대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지도부 책임론에 대해선 “창원 선거에 후보를 굳이 내서 참담한 결과를 국민들에게 확인시켜주는 것이 당에게 있어 어떠한 의미가 있었는가”라면서 “리더십이 바로 서지 않고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선거법 패스트트랙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그럼 결국은 뭔가 끝까지 가고자 하는 것 아닌가. 저도 동일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 민주당 '공수처 입장번복'에…패스트트랙 논의 '또' 무산=핵심 사안이었던 패스트트랙 표결은 민주당과 최종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결국 무산됐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회의 중간에 소위 '최종합의안'이라고 말씀드린 안에 대해서 홍영표 대표가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최종 합의된 내용 자체를 상대 당에서 번복하는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관해선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홍영표 원내대표는 여당이 공수처의 기소권을 분리해 특수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 안을 바른미래당에 제안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적 없다. 제안도 안했는데 무엇을 제안했나"고 답했다.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표결을 무산시켰다.
김 원내대표는 “조만간 민주당과 바미당에서 최종적으로 공수처안에 관해서 최종적인 합의안을 문서로 작성하도록 하겠다. 작성된 합의안을 기초로 해서 다시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겠다”고 했다.
사전에 합의사항을 문서로 남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협상이라는 게 문서 작성할 수도 있고 구두로 서로 합의해서 그것을 가지고 각당에 가서 최종적으로 얘기할수도 있다”며 “패스트트랙이 결정된다 하더라도 사개특위에서 조문화하는 과정 중 또 협상을 해야 한다. 그런 과정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문서를 작성할 필요는 느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최종 합의가 됐다는 것은 양당의 원내대표가 서명한 구체적인 안이 있어야 되는거지, 말로 한 사람은 합의됐다고 하고 한 사람은 합의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바른미래당이 바보같이 이런 의총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