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5년 후. 유명무실해진 어벤져스 본부에 스캇 랭(폴 러드)이 나타난다. 스캇 랭은 5년 전 사라진 사람 리스트에 있던 히어로 ‘앤트맨’. 그를 보고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와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는 눈을 의심한다.
스캇 랭은 사실 5년 전 타노스 때문에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하필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겼던 날 양자 세계, 즉 퀀텀 렐름에 들어갔다가 그를 꺼내줄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는 바람에 퀀텀 렐름에 갇혀버렸던 것. 그 뒤로 그의 퀀텀 렐름행 기계가 실린 차는 대여 창고에 보관돼왔고 창고의 쥐가 우연히 기계를 건드려 5년 만에 스캇은 현실 세계로 돌아온다.
스캇이 퀀텀 렐름 속에서 보낸 시간은 5시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 위도우는 양자에 대해 알 만한 사람, 아이언맨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는 5년 전의 상처를 잊으려 애쓰며 페퍼 포츠(기네스 펠트로)와 딸 모건을 낳고 전원에서 살아가고 있다. 자신을 찾아온 캡틴 아메리카에게 돌아가라고 말한 아이언맨. 하지만 그는 그날 밤, 퀀텀 렐름을 통해 시간을 돌리는 이론을 완성한다. 그리고 또다시 뭉친 어벤져스는 이제 타노스로 인해 잃은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히어로 영화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지만, 각자의 개성과 사정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상처와 재회를 위해 어떻게 결합하는지, 그 과정에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하는지를 그린다. 오랜 기간 대립하던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은 하나의 목표 앞에서 단결하며,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던 헐크는 상처로 자신을 다듬어낸다.
전작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가 사건의 발단과 수많은 사고들을 그린다면 ‘엔드게임’은 그 많은 사고들을 어떻게 영웅들이 수습해나가는지를 담고 있다. 자연스레 드라마는 강해지며, 이야기는 탄탄해진다. 10년간 22편의 영화에서 그려졌던 히어로들이 가진 각자의 딜레마 또한 비중있게 다뤄진다. 180분 57초라는 러닝타임이 이해되는 대목이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쿠키는 없다. 이로서 어벤져스의 이야기는 한 번 완결되기 때문이다. ‘엔드게임’에서 몇몇 영웅들의 이야기는 완결되거나 끝장나며, 새로운 히어로들은 앞으로도 계속될 각자의 이야기를 위해 ‘엔드게임’을 빌릴 필요가 없다.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면 ‘엔드게임’이 몇몇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이 그렇다. 캡틴 마블은 단순한 물리력을 위해 존재하며 영화의 어떤 부분에서는 ‘캡틴 마블’의 주된 메시지마저 무시당하는 촌극이 엿보인다.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끝장난다’. 모든 히어로들을 멋지고 대단하게 다뤄줄 필요는 없으나 치우쳐져 있다는 인상은 분명 있다.
어떤 면에서 ‘엔드게임’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열었던 아이언맨에게 보내는 거대한 환송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흘러나오는 배우들을 위한 롤 또한 그렇다. 쿠키가 없다 해도 출연진 롤을 보는 재미는 있다. 24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