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과 국내 증권사 9곳이 해외주식거래 체계 미비를 사유로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무더기 징계에는 예탁결제원의 과실이 컸다고 지적한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예탁결제원과 증권사들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는 다음 달 중 확정된다.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안이 전달될 예정이다. 예탁결제원에는 경징계인 기관주의 경고가, 각 증권사에는 과태료가 부과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증권사 대거 징계를 두고 예탁결제원의 허술한 업무처리 실책이 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의 모든 증권 예탁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중앙기관인 예탁결제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문제를 초래했던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해외주식 관련 분할‧병합 정보 등은 국내와 바로 연동되지 않는다. 통상 해외주식의 권리정보 변동사항은 예탁결제원을 거쳐 국내 증권사로 전달된다. 예탁결제원에서 전달해야 할 정보를 지연 및 누락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이 크지 않다. 이번 징계와 관련해 증권사 측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하소연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지난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금융감독원의 ‘증권회사 및 예탁결제원에 대한 해외주식 업무처리 검사 결과’에 예탁결제원이 주식권리정보를 지연 전달하는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예탁결제원은 오전 3시30분부터 오후 4시 사이에 변동된 주식권리 정보는 30분 단위로 통지했으나, 오후 4시 이후 들어온 권리정보는 다음 영업일에야 몰아서 통지했다.
이밖에 권리정보 및 관련 날짜 등이 정확하지 않은 상태로 통보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실상 예탁결제원에서 주식 권리정보 변동 사항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것 외에 회사 시스템상에 큰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며 “이번 징계에 증권사들의 실책이 큰 것처럼 보여 해외주식 운용을 확대해나가야 하는 시기에 신뢰도에 타격을 받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억울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며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소식망을 확대해 예탁결제원 정보와 비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 이후 증권사들은 시스템 재정비에 나서는 동시에 해외 통신사망을 결제했다. 자체적으로 해외 소식을 받아 점검하면서 예탁결제원의 정보 누락이나 오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조사를 받을 당시 가장 문제가 됐던 부분이 실시간 통지 체계 시스템이 미비했다는 부분이었다”며 “해당 시스템 미비점은 이미 개선했으며 함께 권고를 받은 다른 부분들에 대해서도 개선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전수조사를 시행한 결과 해외주식거래 관련 미비 사항이 적발돼 제재 대상이 된 곳은 총 9곳이다. 유진투자증권 외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 NH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등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유진투자증권에서는 해외주식거래 오류 사고가 불거졌다. 개인투자자 A씨는 보유 중이던 미국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665주를 매도했다. 그런데 해당 종목은 해외에서는 하루 전날 4대 1로 주식 병합이 이뤄진 상태로, A씨의 실제 소유 주식은 166주였다.
그러나 병합이 이뤄진 사실이 제때 반영되지 않았고, 국내 서류상으로는 A씨가 665주를 보유한 것으로 남아있게 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식 665주를 전량 매도한 A씨는 1700만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른바 ‘해외 유령주식’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