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 안하는 환자 만나고 싶어요"

[기자수첩] "말 안하는 환자 만나고 싶어요"

기사승인 2019-06-19 03:00:00

“병동에서 시달리고 나니 말 안하는 환자 만나고 싶더라고요.”

최근 중환자실로 자리를 옮긴 간호사 A씨의 말이다. A씨는 병동 간호사로 일할 당시 일부 환자의 성화로 스트레스가 많았다고 했다.연속으로 벨을 눌러 의료진을 불러내는가 하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꼬투리를 잡아 화를 내던 환자도 있었다고. 결국 그는 말 잘하는 환자가 많은 내과 병동에서 말 못하는 환자가 대부분인 중환자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처럼 의료현장의 폭언 등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의료인들이 적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의료기관 종사자에 대한 폭력 관리 현황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의 경우 최근 3년간 폭력을 경험한 비율이 80.6%에 달했으며, 이 중 폭언이 62.6%, 폭언을 동반한 폭행이 36.8%인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사는 최근 1년간 폭언 경험 비율이 44.8%, 폭행 11.7%였다.

꼭 폭언·폭력이 아니더라도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갈등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이에 정부는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에 착수, 바람직한 진료문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폭언·폭력에 엄중 대응하는 방향의 법과 제도 정비에 나섰다, 

그런데 여전히 의료현장에서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환자단체는 환자들이 의료기관에서 강한 표현을 하게 되는 배경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몸과 마음이 취약한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안을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헤아리지 못하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특히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폭력사태의 원인은 주로 이 같은 설명 부족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다.

현장의 간호사들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담당하는 환자는 많고, 업무도 쏟아지는 와중에 환자 개개인에 대한 친절하고 자세한 응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담당 환자 수만 줄어든다면 설명부족이나 불친절 등 불만사항은 확연하게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애초에 환자와 의료인은 상호간의 추구하는 목적과 기능이 일치하는 특수 관계다. 폭언·폭력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CCTV, 비상벨 등 의료기관 내 응급대응시스템 설치도 중요하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이득인데도 갈등이 지속된다면 그 이면의 문제도 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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