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수돗물 사태로 인천시민 수만 명이 두 달째 고통을 받고 있지만 인천시 공무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줄줄이 관광성 외유를 가고 있다.
시민들은 분노와 허탈에 빠졌지만 정작 공무원들의 반응은 다르다. 불법도 아니고 조례에 근거해 가는데 뭐가 잘못된 것이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8일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시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조례 제11조(후생복지사업의 시행) 시장은 예산의 범위에서 직원 후생복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다음 각 호의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
이 조 3호에는 ‘장기근속공무원, 모범공무원, 근무성적 우수공무원 및 그 가족을 동반한 국내·외 시찰’이 명시돼 있다.<사진>
일부 공무원들은 “불법도 아니고 조례를 바탕으로 25년 이상 30년가량 성실하게 공직자로 근무했는데 한 번쯤 부부동반으로 해외연수를 가는 것이 그렇게 비난받을 일이냐”며 푸념 섞인 항변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항변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달리 보면 공직사회에 만연해 있는 도덕불감증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천시 장기근속 모범공무원 연수는 1995년 첫 시행 이후 24년 동안 19번 시행됐다. 미시행 연도는 IMF와 금융위기, 세월호참사 등이 일어났던 98년과 99년, 2009년, 2012년, 2015년 등 5번이다.
인천시는 2017년 이전까지 관련 조례도 없이 해외연수를 보내다 감사원에 적발된 뒤 2017년 9월 25일 후생복지 관련 11조에 3호를 신설했다.
20년 넘게 관련 조례조차 없이 해외연수를 진행하다 감사원 지적으로 달랑 한 줄짜리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게다가 조례 개정 당시 부칙으로 ‘이 조례 시행 이전에 이루어진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항 사항은 이 조례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고 명시했다.
조례 제정 이전 아무런 근거 없이 이뤄진 해외연수 예산사용에 대해 이 조항을 소급 적용해 합법적인 근거를 마련했다.
이 조례엔 지원대상만 있을 뿐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예산규모나 선정기준, 시행방법 등은 인천시가 내부 규정에 따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액 예산 지원되는 부부동반 외유 비난에 대한 공무원들의 푸념과 항변은 일반 국민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
한 직장에서 25년 이상 30년 장기근속은 대다수 일반 서민이라면 꿈속에서라도 이뤄보고 싶은 근무기간이다. 게다가 공무원은 근무기간 임금체불이나 폐업, 강제합병, 구조조정에 의한 강제퇴사 등에 대해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장기근속 모범공무원 해외연수는 휴가가 아닌 연수이기 때문에 이 기간 월급도 정상적으로 지급된다.
인천=이현준 기자 chungsongh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