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 제3자 이름들이 거론됐다. 후보자의 직무역량과 도덕성 검증 등이 아닌 책임공방·정치공세에 초점이 맞춰진 모양새다.
◇ 野 “윤우진 뇌물사건 개입 의혹”…與 “소문·억측일 뿐”=최대 쟁점이 된 사안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윤 후보자의 개입 여부다.
윤 전 서장은 과거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가 강제 송환됐다. 이후 22개월만에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윤 전 서장은 윤 후보자와 가까운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윤 전 서장의 무혐의 처분에 윤 후보자가 개입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의혹을 규명할 자료제출이 미비하고 핵심 증인인 윤 전 서장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김진태 의원은 “말로는 국민이라고 하는데 국민이 요청하는 자료 왜 안내놓나”라며 “제일 핵심 증인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지금 어디로 간 건가. 어디로 간 건지 출입국 조회사실을 내놓으라고 해도 묵묵부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태로 청문회 해서 무슨 의미가 있나. 윤 전 세무서장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꼭 발부해달라”고 당부했다.
주광덕 의원도 “윤 전 서장은 세무서장 재직 시에도 한번 소환 조사를 받은 후 해외로 도피했다”며 “국민들이 봤을 때 큰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 자기 직과 부하 공무원들을 다 버리고 어느날 일방적으로 해외로 도주한 사실이 이해가 되나”라고 했다.
주 의원은 “윤 전 세무서장은 몇 개국을 전전하다 8개월 후 인터폴에 의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후 22개월 후에 석연찮은 이유로 무혐의 처리됐다”며 “국민적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선 자료만큼은 성실히 제출하셔서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윤석열 청문회인지 윤우진 청문회인지 모르겠다"며 "시중에 떠도는 소문이나 억측에 따라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종민 의원도 “윤 후보자는 당시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하고 지인 관계라는 것 말고는 아무런 개입 정황과 단서가 없다”며 “실제로 사건을 처리했던 담당자, 황교안 대표를 증인 신청해서 한번 물어봐야 한다. (윤 후보자는) 보고·결재·수사라인이 아니다”라고 했다.
◇ 황교안 ‘삼성떡값’ 의혹…윤석열 “관련 문건 본 적 없다”=이날 청문회에는 황교안 대표를 둘러싼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도 언급됐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윤 후보자가 2007년 특별수사본부에서 삼성 비자금 관련 의혹을 수사한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김용철 전 삼성그룹 법무팀장의 내부고발 진술서 일부를 공개하며 “김 전 팀장이 관리해 왔던 검찰 간부 목록에 황교안 당시 공안1과장이 언급돼 있다”며 “해당 문건을 보신 기억이 있으신가”라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본 기억이 없다”면서 “당시 검사가 셋인가 넷밖에 없어 우선순위를 정해야 되는 상황이었다. 일단 삼성의 비자금과 관련된 부분을 먼저 조사했는데, (해당 서류는) 아마 본인(김 전 팀장)이 (검찰에) 제출했다가 그냥 가져가는 바람에 저희도 검토하지 못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황교안 당시 공안1과장은 검사를 그만둔 후 이맹희 씨 등이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상속재산 회복 청구 소송을 대리하기도 했다”며 “종합해보면 검찰일 땐 삼성의 관리를 받다가 검찰의 옷을 벗은 뒤에는 삼성의 사건을 수임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게 굉장히 중요한 사건인데 제대로 수사가 안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후보자가 총장이 되면 자기 식구들이 결부 또는 연루된 사건이 생겼을 때 철저히 수사할 자신이 있나”라고 했다.
이에 한국당 정점식 의원은 “윤석열 청문회인지 황교안 청문회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며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사법적인 판단이 내려졌다.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공표한 노회찬 전 의원은 명예훼손으로 징역형 선고받고 의원직 상실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 “양정철과의 4월 만남?…오보다”=윤 후보자가 지난 4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만났다는 언론 보도도 도마에 올랐다. 윤 후보자는 이에 대해 “사실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오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윤 후보자에게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정책연구원장과 지난 4월에 만난 사실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윤 후보자는 “만난 적은 있지만 4월에 만난 기억은 없다”고 답했다.
주 의원이 두 사람이 만난 시점을 집중추궁하자 윤 후보자는 “수첩에 적어놓고 만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답하나)”면서 “연초 정도 된 것 같다. 올해 2월께인 것 같다”고 답했다.
양 원장을 처음 만난 시점에 대해선 “2015년 대구고등검찰청 근무 시절 연말에 가까운 선배가 주말에 서울 올라오면 한 번 얼굴을 보자고 해서 식사장소에 갔더니 양 원장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 원장이 과거 총선 출마를 권유했으나 “정치에 소질도 없고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제가 양 원장을 만난 것은 그가 다 야인이었던 시절”이라며 “(양 원장이) 한번 출마하라고 간곡히 얘기했는데 제가 거절했고, 2016년 제가 고검 검사로 있을 때 공직 사퇴기한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전까지 몇 차례 ‘다시 생각해볼 수 없냐’고 몇 차례 전화가 와서 그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정치권에 연계된 분이기 때문에 저도 굉장히 조심하고 있다”며 “제가 만약 검찰총장으로 취임한다면 여야 의원님들도 기회 될 때마다 자주 뵙고 말씀을 들으려고 하는데, 하여튼 많이 유의하고 부적절한 것은 조심하겠다”고 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