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유한국당 정미경 최고위원이 자신을 둘러싼 ‘세월호 막말’ 논란을 두고 “세월호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다 막말인가. 한국당이 쓴소리만 하면 막말인가”라고 항변했다.
이에 일부 정치권에서는 쓴소리를 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되지만, 비판과 비유의 대상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치경쟁자가 아닌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해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 文대통령 실정 지적에 이용된 ‘세월호’와 ‘한센병’=앞서 정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댓글을 인용해 “(이순신 장군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낫다고 하더라. 세월호 한 척 가지고 이겼다”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민경욱 대변인은 헝가리 참사 당시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대를 지구 반 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보내면서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김현아 대변인은 “상처가 났는데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방치해 상처가 더 커지는 병이 한센병”이라며 “문 대통령께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국민들의 고통을 못 느낀다면 이를 지칭해 의학용어를 쓸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들 상황 모두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한 ‘쓴소리’였지만 함께 언급 또는 비유된 ‘세월호 참사’‘한센병’과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쓴소리 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 게 아니”라며 “정부를 비판하는 데에 세월호와 한센병 등을 끌어들이는 게 문제다. 정부 비판이 문제가 아닌, 비유나 적용이 잘못돼 논란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세월호와 5.18 민주화운동은 정부의 잘못으로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자기 희생을 치러서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사회 공통의 인식이 있다”며 “(한국당 의원들의 ‘막말’ 발언은) 국민들이 이미 공감하는 내용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문제”라고 했다.
◇ 비판의 대상된 ‘세월호 유족’ ‘5‧18 유공자’=정치인이 아닌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한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의 비판도 논란을 불러왔다.
김순례 최고위원은 “자유 대한민국의 역사에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면서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며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을 겨냥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이종명 의원도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었다 하는 것을 밝혀내야 된다”고 발언했다.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고 했다. 정진석 의원은 “세월호 그만 좀 우려먹어라. 죽은 애들이 불쌍하면 정말 이러면 안되는 거다. 이제 징글징글하다”라고 했다.
한선교 의원은 회의장 밖에 앉아있던 기자들을 향해 “아주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 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같은 비난발언들 역시 정치적 논쟁과는 거리가 있는 대상들을 향했다.
이에 대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막말을 해선 안 될 대상에게 하는 것이 문제”라며 “과거에는 비판의 대상이 대체적으로 상대방 정치인들에게 국한됐다. 지금은 정치적 경쟁자가 아닌 일부 국민들을 대상으로 국민 정서를 무시한채 계속 비판하니 정치적 이득마저 챙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