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 이후 어렵게 재개된 국회가 또다시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일하는 국회’를 강조하며 국민소환제‧무노동 무임금‧국회 상설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롭게 법안을 발의하기보다 기존 법안에 처벌규정을 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훈시규정으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 ‘정경두 해임안 공방’에 본회의 일정 합의 무산=더불어민주‧자유한국‧바른미래당 등 여야3당 원내대표는 6월 임시국회 회기 마지막날인 19일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건의안을 비롯, 추경 및 민생법안,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 처리 등 쟁점을 논의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민주당은 정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반대 입장을 고수한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해임건의안 처리와 추경을 함께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앞서 주초인 15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등 군 경계실패 등을 문제 삼아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공동으로 제출한 바 있다.
이처럼 추가경정예산안‧민생법안 등의 처리가 요원해지면서 6월 임시회 역시 빈손국회라는 오명을 씻기 어렵게 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3일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은 1만4897건에 달하며 의안 가결률은 28.7%에 불과하다.
◇ ‘일하는 국회법’ 시행…국민소환제‧무노동무임금 법안 ‘무더기’ 발의=대치 정국이 이어지는 동안 국회 운영위원회 의원들은 앞다투어 ‘일하는 국회법’을 발의했다. 지난 17일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시행되기도 했다.
발의된 ‘일하는 국회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국회 개의를 의무화하는 방안과 ‘무노동 무임금’‧‘국민소환제’ 등 국회의원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방안이다.
문 의장 발의안의 경우 여야가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해도 법안 심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상임위별로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복수로 의무 설치하고 법안소위를 월 2회 정례적으로 열도록 하는 것이다. 금태섭 의원안은 둘 이상의 상임위원회에 몸담은 의원이 양쪽 위원회에서 모두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회의일자를 겹치지 않게 했다.
김광수 의원안은 국회의원이 회의에 무단결석할 경우 현행법인 특별활동비 감액뿐만 아니라 수당에 대해서도 감축하도록 했다. 이원욱 의원안도 회기 중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수당과 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입법 및 정책개발비‧여비 등을 지급하지 않도록 했다.
이밖에 황주홍 의원 발의안의 경우 발의한 법률안의 심사결과와 의결결과 통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 “더이상의 입법은 옥상옥…‘국회선진화법’처럼 의무규정 넣어야”=하지만 일부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의 법안 발의는 ‘옥상옥’이라며 이미 발의된 법안에 처벌규정‧의무규정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국회법 개정으로 짝수달에는 임시회가 자동 소집되지만 본회의 등 의사일정은 여야의 협의가 전제돼야 해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여야간의 입장차로 합의가 불발돼도 이를 처벌할 제재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병민 경희대 겸임교수는 “‘패널티’가 없어 법이 무력화되는 일이 국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며 “훈시조항으로 문화를 조성하자는 국회의 의도는 긍정적이지만 ‘국회선진화법’ 같이 법적인 패널티를 규정하는 것이 실제로 일하지 않는 국회를 벗어나는 제일 빠른 길이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실제 국회법 제166조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을 위반할 시 최소 5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있다. 공직선거법 제19조 4항에 따르면 국회선진화법 위반으로 처벌 받을 경우 징역형은 형 집행 종료 후 10년간,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은 형 확정 후 5년간 공직 선거 출마를 금지하고 있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