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금융투자사업자들은 더이상 전통적인 수익원에만 기댈 수 없는 시기가 왔다. 생존을 위해 체질 개선과 신사업 투자 확대에 나선 금융투자사업자들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 규제에 부딪히고 있다. 자본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는 낡은 규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① 초대형 IB 신용공여 금지
② 국회에서 잠자는 자본시장 관련법...“정치권 규제 개혁 적극 나서야”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NH투자증권을 상대로 과징금 등의 제재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NH투자증권이 지난 2014년 말 인도네시아법인인 NH코린도가 현지에서 대출을 받을 때 140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섰던 것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이라고 봤다. 이에 앞서 베트남 현지법인에 400억원을 신용공여한 한국투자증권도 자본시장법의 규제 사항에 따라 32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받았다.
현행 자본시장법 77조는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지분 30% 이상의 해외법인을 포함한 계열사에 신용공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단, 지난 2016년 개정을 통해 지급보증은 예외로 뒀다. NH투자증권의 경우 개정된 조항이 소급적용 되지 않아 과거의 낡은 규제를 근거로 징계를 받는 것이다.
모든 증권사가 신용공여 금지 대상은 아니다. 자본시장법 34조는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일반 금융투자사업자들의 경우 지분 50% 이상 보유한 해외 계열사에 신용공여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요컨대, 투자 여력 확대를 위해 자기자본을 늘려 몸집을 키운 증권사가 오히려 해외 시장 투자활동에는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대형 증권사들은 국내외 규제에 이중으로 부딪히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법상의 자금 조달도 난항을 겪는다. 해외 현지에서는 외국 법인 자격으로 사업권 인허가 등에서 까다롭게 규제받는다. 외국 법인 자격으로 대출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제한적인 자금 융통으로 인해 원활한 투자가 쉽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에서 규제 완화 없이는 해외 법인 성장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공격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금조달이 원활한 것이 가장 중요한데 신용공여가 금지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크다. 유상 증자 외에는 대안이 많지 않은 상황인데, 증자를 하려면 금융당국의 정해진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해외 투자은행들과의 속도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증권법학회 회장 강희주 변호사도 “납득이 안 되는 규제”라며 “초대형 투자은행이 되면 국내 시장이 좁아서 해외로 나가는 것이 당연하고, 투자를 위해서는 자금조달이 원활해야 하는데 그걸 못 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초대형 투자은행으로 지정해주고 다른 자본 공급 규제를 풀어주는 기조와 모순된다. 달라져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나 은행사도 자회사에 신용 공여를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해외 시장에서 보다 다양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증권사의 신용공여를 막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덧붙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 규제가 일단 개선이 된 부분“이라며 “일반 증권사들한테 해외 계열사에 대한 신용공여는 금지되고 있다가 지난 2016년도에 신용공여 허용으로 바뀌었다. 종투사의 경우도 지급보증은 허용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고 설명했다. 향후 추가 개정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