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치명적 오점 남긴 ‘프로듀스X101’

[쿡초점] 치명적 오점 남긴 ‘프로듀스X101’

기사승인 2019-07-25 15:31:50

“득표수 집계에 오류는 있었지만 순위에 영향을 주진 않았다.” Mnet ‘프로듀스X101’ 제작진이 문자 투표 조작 의혹에 대해 내놓은 입장이다. 팬들이 요구한 미가공 데이터 공개는 이뤄지지 않았다. 팬들이 “반쪽짜리 해명”이라며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다.

문자 투표 조작 논란의 핵심은 연습생 간 득표수 차이가 특정한 상수(7494.44/총 득표 수의 0.05%)의 배수로 분석된다는 점이다. 가령 1위 김요한(133만4011표)과 2위 김우석(130만4033표)의 표차 2만9978은 상수의 4배다. 2위 김우석과 3위 한승우(107만9200표)의 표차 22만4833은 상수에 30을 곱한 값과 같다. 최종회 후보로 오른 1~20위 연습생들 사이의 표차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설명된다.

문자 투표 결과가 인위적으로 조작됐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게 팬들의 주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프로듀스X101 갤러리를 중심으로 여론이 형성됐고, 급기야 ‘프듀X 진상규명위원회’가 만들어졌다. 팬들은 우선 ‘프로듀스X101’ 제작진을 사기·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로 다음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할 방침이다. 지난 23일 변호사 선임을 끝냈고, 현재 유표 문자 투표에 참여한 팬들을 대상으로 관련 서류를 취합하고 있다. 언론 제보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민원도 활발하다. 

제작진이 지난 24일 득표수 집계 오류를 인정한 뒤에도 팬들은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요구한 미가공 데이터가 여전히 공개되지 않은데다가, 제작진의 설명에 오류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듀스X101’ 측에 따르면 방송을 통해 공개된 최종 득표수는 실제 득표수가 아니라,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된 득표율을 득표수로 환산한 숫자다. 그러나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SNS에 “엠넷의 추가 해명은 오류투성이”라며 “수학적으로 전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연습생들의 득표수를 득표율로 환산한 결과, 득표율 소수점 둘째자리가 0 혹은 5로만 나온다는 것이 의심의 근거다. 하 의원은 “0부터 9사이 열개 숫자 중 반올림해서 다양한 숫자가 나오지 않고 소수점 둘째자리가 오직 0 아니면 5만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되겠나. 제가 직접 계산해보니 엠넷 주장대로 될 확률은 로또 연달아 두 번 당첨될 확률 보다 훨씬 작다”고 적었다. 프듀X 진상규명위원회도 성명을 내 “가공되지 않은 데이터 공개와 함께, 모든 사람들이 남득할 수 있는 명확한 해명,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프로듀스101’은 앞선 시리즈에서도 투표의 투명성을 둘러싼 시비를 겪었다. 시즌1 때 유령 SNS 계정을 이용한 부정 투표가 발생했으며, 시즌2에서도 중국에서 투표가 가능한 CJ ONE 계정을 사고파는 행위가 적발돼 해당 계정을 통한 투표가 무효 처리된 바 있다. 산업 관계자나 음악 전문가가 아닌 시청자가 직접 데뷔조를 선발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투표 투명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치명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나온 해명에 애매한 부분이 있어 팬들 입장에선 납득 되지 않는 면들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능력보단 팬덤을 가르는 오디션에 가깝다. 때문에 만약 팬들의 투표 결과가 정확히 반영되지 않았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명확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이번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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