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우리 군에 예인됐던 북한 목선이 이틀 만에 북으로 송환됐다. 지난달 ‘삼척항 대기 귀순’ 사건 때와 달리 군 당국이 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목선을 타고 동해 NLL을 넘어온 북한 선원 3명은 29일 오후 3시31분 전원 북측에 송환됐다. 이들은 지난 27일 오후 11시21분 NLL을 넘었다. 우리 해군 고속정 2척은 즉각 출동해 이들의 진로를 차단했다. 뒤따른 특전 고속단정이 선원의 무장 여부와 대공혐의점을 확인했다. 월선 다음날인 지난 28일 오전 2시17분에 이들은 강원 양양의 군항으로 이송됐다.
군 함정을 출동 시켜 목선을 바로 예인 조치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우리 군은 NLL을 월선한 북한 어선에 대해 두 차례의 경고 방송 등을 통한 퇴거조치로 대응했다.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의 삼척항 대기 귀순을 계기로 군의 대응 수위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북한 선원 4명이 타고 있던 목선이 동해상으로 130㎞를 이동해 삼척항 내항까지 진입했다. 이날 오전 6시50분 부둣가를 산책하던 시민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 군 당국과 해경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달 14일 오후 늦게 삼척 앞바다에 도착한 후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송환 후 합참은 의혹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합참은 북한 목선이 NLL을 넘은 경위에 대해 “선장이 목선의 위치를 통천항보다 북쪽에 위치한 원산항 인근으로 오인해 항로를 남쪽으로 움직였다”고 밝혔다. 이어 목선 돛대에 달려있던 흰색 천은 “귀순 의사가 아니라 대형 선박들과 충돌을 예방을 위해 출발 전부터 부착한 것”이라고 전했다. 선원 1명이 군복 차림이었다는 의혹에 대해 “개인이 장마당에서 산 원단을 집에서 재단해 입은 것”이며 “선원 모두 민간인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합참은 “어선에서 오징어 20kg와 어구가 발견됐을 뿐 대남 침투를 의심케 하는 장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건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달 군 당국의 대처와는 비교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17일 국방부는 브리핑에서 북한 목선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으나 이후 목선이 방파제에 정박했고 선원이 시민과 대화를 나눈 사실이 알려졌다. 또 국방부는 목선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 중이었다고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자체 동력으로 삼척항에 도달했음이 밝혀졌다. 최초 브리핑 때 “경계 작전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가 이후 번복한 점 등 의혹이 이어졌다.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국방부, 국정원 등 관련 기관이 의혹을 조사해 “의도적인 은폐, 축소 시도는 없었다”는 결론을 냈지만 이마저도 ‘셀프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방부는 이 사건 이후 NLL 일대에 중·대형함 1척을 추가 배치해 경계를 강화했다. 또 해상초계기와 해상 작전 헬기의 초계 횟수를 증가하고 해상감시 UAV(무인항공기)를 전방 전진기지에 전개하는 등의 보완대책을 마련했다. 27일 NLL을 넘어온 북한 목선에 대한 신속 대응도 앞선 ‘경계실패’ 경험을 통해 개선된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어선의 NLL 침범이 잦아지며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가 보도한 국회 국방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북한 어선이 NLL을 침범한 횟수는 지난 2015년 6건, 2016년 8건이었다. 이후 2017년 24건, 지난해 51건으로 소폭 증가세를 보이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는 386건으로 폭증했다. 이에 합참은 “수온 변화로 동해 오징어 어장이 NLL 해역에 인근에 형성됐으며, 현재 북한 내 식량난이 가중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