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기온이 치솟으며 농가의 폭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폭염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이날 서울의 한낮 온도는 34도를 기록했다. 전주는 34도, 대전·세종 35도, 대구 36도까지 올라갔다. 열대야 현상이 전국 곳곳에 나타나 당분간 밤에도 최저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농촌에서는 장마가 끝나기도 전에 올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23일 경북 청도군에서 텃밭 일을 하던 82세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이 지역의 기온은 37도로 폭염 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질병관리본부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2011부터 2017년 사이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 가운데 45%가 논, 밭, 비닐하우스 등 농업현장에서 사망했다.
농작물 피해도 심각하다. 농림식품축산부에 따르면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던 지난해 농업인 4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과수, 시설원예, 노지채소 등을 재배하는 농가의 70% 이상이 ‘폭염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이들 농가의 폐작률은 15%를 넘어섰다. 경기 시흥에서 오이 농가를 운영하는 A씨는 “작년에 폭염으로 오이가 모두 물러버렸다. 피해가 컸다”면서 “올해는 지난달 초부터 차광막을 미리 설치해 두고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축산농가도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여름에만 더위로 폐사한 가축 수는 55만7000여 마리에 육박한다. 지난달 31일 기준 재해보험사에 접수된 신고에 따르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가축은 닭으로 총 52만3741마리가 폐사했다. 지난해 여름에는 총 783만5000여 마리의 가축이 폭염으로 폐사했다. 충북 음성에서 양계장을 운영하는 B씨는 “전기세가 아무리 많이 들어도 송풍기와 환풍기를 계속 가동한다”며 “닭은 더위에 취약하기 때문에 온도가 30도만 넘어도 치명적이다. 앞으로 더 더워질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농가의 여름철은 더욱 혹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 향후 10년간 우리나라의 ‘폭염 위험도’가 2배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폭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를 말한다. 폭염이 지역사회와 인간을 위협하는 정도를 폭염 위험도라고 부른다. 위험도는 매우 높음, 높음, 보통, 낮음, 매우 낮음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의 위험도 '매우 높음' 지역은 19곳에서 48곳으로, '높음' 지역은 50곳에서 78곳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또 '보통' 수준이었던 서울 대부분 지역의 위험도가 ‘높음’ 이상으로 치솟는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도 위험도 '낮음' 지역이 대부분 사라진다. 전남의 경우 여수, 광양, 순천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매우 높음’ 수준이 된다.
농가의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농작물·가축 재해보험에 대해 “산정 방식이 현실적이지 않다” “가입이나 보장 관련 규정이 너무 까다롭다” “예외 규정이 많다” 등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농촌에서 폭염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방문 가능한 의료시설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있다. 또 고령 인구가 밀집한 농촌의 경우 여전히 마을단위 안내방송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있어 신속한 재난 정보 공유가 어려운 상황이다. 매년 각 지자체들이 농가 가에 냉방설비 비용을 지원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보험제도 개선과 재난정보 전달 및 응급 의료체계 구축에는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