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지하철 승객들의 냉방 관련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약냉방칸 운영을 확대하고 활용도를 높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37도까지 올라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이날 서울과 경기도·충북·충남·강원도 영서 지역에는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당분간 밤에도 기온이 26도를 웃도는 열대야 현상이 지속될 예정이다.
지하철 냉방에 대한 승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지난 1일 오전 지하철 2호선 객실에서 만난 김모(24·여)씨는 “덥거나 추울 때 문자메시지를 통해 바로 민원을 넣는다”며 민원 서비스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황모(31)씨는 “최근 객실이 만원 상태였을 때 덥고 냄새가 난다는 민원을 넣었는데 크게 시원해지지 않았다”며 “민원 접수는 잘 돼도 객실 에어컨 성능 자체가 떨어져서 소용없다”며 아쉬워했다.
여름철 승객들의 냉방 민원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서울교통공사에 접수된 지하철 객실 온도 민원(열차 내 덥다, 열차 내 춥다)은 1월 2만898건에서 7월 15만8599건으로 동절기 대비 하절기에 8배가량 많았다. 6~8월 통계만 보면 2016년 13만7055건, 2017년 15만2794건, 2018년 15만7847건으로 하절기 민원도 해마다 증가하는 모습이다. 동일 기간 ‘덥다’는 민원은 총 40만6198건에 달했지만 ‘춥다’는 민원도 4만1498건에 달했다.
서울교통공사도 냉방 민원으로 골머리를 앓고있다. 공사 소관의 수도권 지하철 1~8호선에는 지난해 7월 하루에 평균 약 1890건의 민원이 들어왔다. 공사 관계자는 “불편 민원의 60% 전후가 냉방 민원이라서 안전·유실물·범죄 등 다른 긴급 민원에 신속히 대응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고 말했다. 이어 “덥다는 민원과 춥다는 민원이 동시에 들어올 때도 많다. 그런 경우를 위한 답변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객실 온도는 철도차량표준사양에 따라 18~28도 사이로 유지돼야 한다. 서울교통공사는 여름철 객실 냉방기준을 일반냉방칸 23도, 약냉방칸 24도로 운영하고 있다. 설정된 온도를 기준으로 센서가 작동해 냉방이 자동으로 켜지고 꺼지는 방식이다. 덥거나 춥다는 민원이 기관실에 전달되면 기관사가 수동으로 냉방과 송풍기를 조작하기도 한다.
지하철 냉방 체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퇴근 시간처럼 붐비는 상황에는 냉방을 가동해도 객실 온도가 높아진다. 또 승객마다 체감 온도가 달라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냉방칸이 운영되고 있지만 승객들이 정확한 위치를 몰라 활용도가 떨어진다. 약냉방칸이 없는 호선도 있다. 공사에 따르면 2호선은 승객혼잡도가 높아서, 1호선은 전동차의 기술적 이유로 약냉방칸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김종수 부경대학교 냉동공조학과 교수는 “지하철 객실 냉방시설은 냉방 용량이 부족해 승객이 과밀할 때 일정 온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하철 전동차 구조와 ‘냉방 부하’를 고려하면 객실에 설치할 수 있는 냉방시설의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냉방 부하는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위해 일정 시간당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열기를 말한다.
김 교수는 또 “온도에 따라 쾌적함을 느끼는 정도인 ‘열적 쾌적감’은 개인차가 크다”며 ”지하철에서 일반냉방칸과 약냉방칸을 구분해 운영하고 승객들이 온도 선호에 따라 객실을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약냉방칸을 모든 호선에서 운영하고, 위치를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