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봉오동 전투’ 류준열 “한 명의 영웅 그렸으면 다른 영화 됐을 거예요”

[쿠키인터뷰] ‘봉오동 전투’ 류준열 “한 명의 영웅 그렸으면 다른 영화 됐을 거예요”

‘봉오동 전투’ 류준열 “한 명의 영웅 그렸으면 다른 영화 됐을 거예요”

기사승인 2019-08-07 07:00:00


”영화의 메시지에 많이 공감해서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 역할을 제안받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쉽게 누군가에게 같이 만들자고 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잖아요.“

배우 류준열은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큰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영화였다는 얘기다. 그만큼 영화가 다루는 소재나 메시지 등 공감을 많이 했다. 대신 자신이 맡은 독립군 이장하 역할에 대해선 고민이 많았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그동안 출연한 많은 영화 중 가장 많이 고민하고 대화한 영화가 아닐까 싶을 정도”라고 했다.

“이장하를 표현하는 데 고민이 많았어요. 마적이나 농민 출신인 다른 인물들과 달리 군인으로서 훈련받은 인물은 어떨까 싶었죠. 또 다른 독립군을 표현하고자 애를 썼어요. 이장하는 정규군 훈련을 받은 역할이니까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왠지 군인 이장하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앞만 보고 걸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산길을 앞만 보고 걸으니까 헛발질을 많이 했죠. 산길에선 잘못 밟으면 발목이 쉽게 돌아가잖아요. 발목이 꺾이면 촬영을 못 하니까 발목에 압방 붕대를 감았어요. 너무 세게 해서 피가 안 통할 정도였죠. 그래도 나중엔 익숙해졌어요.”


류준열은 처음 시나리오에서 만난 이장하를 표현하는 문구를 기억하고 있었다. 맑은 눈이었다. 맑은 눈의 장하가 바라보고 있었다는 설명이 류준열에겐 가장 큰 힌트가 됐다. 그 표현만으로 장하의 모든 걸 설명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또 ‘이장하’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는 얘기도 꺼냈다.

“전 장하라는 이름이 맘에 들었어요. ‘장하다’는 말씀도 하시는데, 그런 것보다 이 이름이 ‘가장 장하답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영화를 보시는 관객분들은 못 느끼실 수 있지만,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선 이름이 굉장히 중요해요. 이름이 주는 이미지도 있고 자기소개를 할 때도 그렇고 이름이 주는 힘이 강하거든요. 저한텐 이장하라는 이름이 크게 다가왔어요. ‘봉오동 전투’는 관객분들이 ‘원래 독립군이 저랬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한 영화예요. 전 이장하라는 이름 석 자로도 장하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막상 촬영에 돌입해서 느끼는 건 또 달랐다. 독립군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도 있었지만, 더 큰 느낌을 준 건 환경이었다. 영화를 위해 만든 세트에서도 독립군들이 지낸 열악한 환경이 느껴졌다.


“촬영 도중에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어요. 독립군 막사 세트나 동굴에서 촬영할 때 ‘이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트는 가짜잖아요. 그런데도 상황이 너무 안 좋은 거예요. 독립군들은 더 안 좋은 환경에서 있었겠죠. 우리가 보는 전쟁영화는 전투 장면 그 자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요. 하지만 실제 독립군들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일상을 보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그분들이 이렇게 열악한 곳에서 먹고 자고. 쉬면서 전쟁 이외의 시간을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확 와닿았죠.”

‘봉오동 전투’는 누군가 한 명의 영웅을 그리는 영화가 아니다. 이름도 없이 사라진 수많은 독립군에 대한 이야기다. 류준열 역시 그 메시지가 좋았다고 했다. 그렇게 사라진 독립군 중 한 명이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이 발동한 것이다. 류준열은 마지막으로 수많은 독립군이 함께 찍힌 포스터 이야기를 꺼냈다.

“‘봉오동 전투’ 포스터에서 설명하듯이 대사 한 줄 없으신 분들도 많아요. 잠깐 나오신 분들도 계시고요. 포스터도 처음부터 포스터로 만들기 위해 찍은 사진이 아니에요. 사진을 촬영한 곳은 영화에서 고려령으로 나오는 지역이에요. 가파른 산을 배우들이 수십 번씩 뛰어오르고 내리면서 촬영했죠. 다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조우진 선배가 단체 사진을 찍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고, 다들 좋다고 해서 찍었어요. 보통 단체 사진을 찍으면 해맑게 웃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그 사진은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숙연한 분위기로 촬영했어요. 그렇게 포스터까지 쓸 수 있는 사진이 자연스럽게 됐죠. 전 그래서 더 좋았어요. 누구 한 명의 얼굴이 아니라 다 같이 그렇게 있는 모습이 정말 좋아요. 만약 한 명의 영웅이었으면 다른 작품이 됐을 거예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주)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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