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는 한·일 관계’ 봉합 기회 남았지만 가능성은 “글쎄”

‘찢어지는 한·일 관계’ 봉합 기회 남았지만 가능성은 “글쎄”

기사승인 2019-08-08 06:00:00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 정상이 만날 기회가 연달아 찾아오지만, 관계 봉합의 기회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는 9월17일 미국 뉴욕 유엔(UN)본부에서 제74차 UN총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 일본의 무역보복조치 후 한일 정상이 첫 대화를 나눌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취임한 이래로 유엔총회에 매년 참석했다. 그간 UN총회는 지난 2017년에는 한미일 정상회담, 지난해에는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대화의 물꼬를 터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에서도 “미국이 UN총회에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한일 대화 성사에 대한 기대를 더했다.

향후 한일 정상이 만날 기회는 연달아 찾아온다. 오는 10월31일~11월4일 태국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정상회담이 개최된다. ASEAN+3는 동남아시아 10개국(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과 한국, 일본, 중국이 설립한 국제회의체다. 그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꾸준히 참석해 왔던 대표적 다자 외교무대다. 회의의 주요 의제로는 금융 문제 해결과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이 상정된다. 이에 한일 경제 갈등을 해결하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는 11월 16~17일에는 칠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연례 정상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APEC은 아시아·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21개 국가들이 무역·투자 자유화를 위해 구성한 지역경제공동체다. 한국, 미국, 일본은 지난 1989년 출범 당시부터 참여해온 ‘원조 멤버’다. 각국 정상의 자유로운 논의를 표방하기 때문에 공식적인 의제가 없다. 회의 기록도 남지 않는 자리인 만큼 양국 정상의 대화가 오고갈 가능성이 있다.

한·중·일 대화 자리도 마련될 예정이다. 3국은 오는 12월에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한중일 정상회담은 지난 2008년부터 연례적으로 개최했으며 지난해에는 5월에 도쿄에서 열렸다. 당시 회담을 계기로 한일, 한중 정상회담이 각각 성사됐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동북아시아 협력으로 미중 무역 전쟁에서의 힘을 비축하고자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 중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한일 정상의 만남을 양국 갈등의 획기적인 돌파구로 삼기는 어렵다. 아베 총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동원 배상판결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며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적극적인 중재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미국이 보인 기본 입장은 ‘한일 갈등은 당사자끼리 알아서 풀라’는 것이었다. 현재 상태가 지속될 경우 구체적 일정이 나오지 않은 한·중·일 정상회담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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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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