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직장 내 괴롭힘' 문화부터 바뀌어야

[기자수첩] '직장 내 괴롭힘' 문화부터 바뀌어야

기사승인 2019-08-10 02:00:00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달라지는 게 없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후 근무환경에 변화가 있냐는 질문에 한 근로자는 이처럼 말했다.   

지난달 16일 '직장 내 괴롭힙 금지법'이 시행됐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법 시행이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생기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했지만, 개인적 바람에 그치는 듯하다.

지난 2017년 11월 출범한 민간공익단체 ‘직장갑질119’의 카카오톡 채팅방에서는 15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직장에서 겪은 부당한 대우와 갑질 사례를 계속 공유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명씩 더 들어와서 자신이 겪는 일이 부당한 것이 맞는지 물어보는 사람들로 계속 알람이 울렸다.

이들 모두 사연이 기구했다. 임금 체납, 폭언·욕설, 부당해고, 성추행 등 종류도 다양했다. 다들 자신이 겪은 일을 직접 서술하는 것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나 동영상을 공유하며 상담을 요청했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팔다리에 알레르기가 올라왔다는 사진에 다른 사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갑질, 괴롭힘을 당했을 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대다수 근로자는 교육받은 적이 없다. 경찰서·소방서, 자살 예방 상담 전화와 같이 쉽게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도 알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 민간공익단체의 힘을 빌려 내 이야기를 알릴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직장에서의 고충에 대해 말할 창구가 많지 않다.

법 시행으로 인해 직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교육을 하거나 취업규칙을 개정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사람은 바뀌지 않았다. 이 점이 근로자가 겪고 있는 피해가 지속되는 이유다. 법으로 금지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감수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회식 참여, 주말 근무, 근무 중 폭언·욕설 등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것들이 세대 간의 갈등·문화 차이로 인해 점점 옅어졌고 법으로도 금지하게 됐다. 법적인 조치도 물론 필요하지만, 서로가 같이 일하는 사용자-근로자, 근로자-근로자로서 존중할 수 있는 문화 마련으로 이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없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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