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문의약품에 대한 불매운동 분위기에 대해 의료계가 우려를 나타냈다.
약사 단체인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하 약준모)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발표 직후 일본의약품과 그를 대체할 약을 소개하는 ‘노노재팬 드럭’이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이 사이트에는 일본 전문의약품 230종과 일반의약품 58종, 기타외품 19종이 등록돼 있다.
의료계는 냉소적 반응을 보인다. 의사 A씨는 “일반의약품은 의사가 관여할 사안이 아니지만, 전문의약품은 처방 권한이 의사에게 있다”며 “약을 쓰다 보면 환자에 따라 잘 맞는 약이 따로 있다. 제네릭(복제의약품)의 경우 약효가 떨어져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에서 정해준다면 따르겠지만 쉽사리 처방을 변경할 수 없다”며 “의사가 처방한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약을 바꿔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면 의사와 약사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져서 대체 약을 쓰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B 의사도 “약사들이 논할 내용이 아니다”며 “전문의약품은 기본적으로 의사에 처방에 따르는 게 원칙이다. 환자의 생명과 밀접하게 연관된 부분이라 대체 제품을 쓰는 것은 건강하지 않은 판단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 사이트를 만든 김성진 약준모 부회장은 “보통 의사에게 약에 대한 정보를 물어보기 힘들다”라며 “약국에서는 환자가 편하게 말할 수 있다. 일본 약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면, 일본 약을 대체해 달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고 봤다. 환자가 요청하면 약국에서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거쳐 ‘동일품목’으로 인정받은 제품을 의사에게 묻지 않고 변경할 수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정보 제공의 용도로 봐달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것이 우선”이라며 “정치적인 논리보다 생명이 우선시돼야 한다. 일본의약품만이 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한다면 그 제품을 쓰는 것이 맞다. 선택의 여지가 있을 때 일본 제품이 아닌 다른 제품을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노노재팬 드럭’ 사이트에서 전문의약품 230개 중 109개, 일반의약품 58개 중 32개에 대해서 아직 대체 상품을 밝히지 않았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