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벌새’, 반드시 1994년이 배경이어야 했다”

“영화 ‘벌새’, 반드시 1994년이 배경이어야 했다”

기사승인 2019-08-14 18:22:32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이 1994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유로 당시 벌어진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꼽았다.

김 감독은 14일 오후 서울 한강대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이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성수대교 붕괴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간과하고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는지에 대해 주인공 은희(박지후)와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수대교 붕괴는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우리나라가 서구 사회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 선진국이 되고자 하는 열망하는 공기 속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짚으면서 “그 물리적인 붕괴가 은희가 관계 속에서 겪는 붕괴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012년 ‘벌새’ 시나리오를 썼다는 김 감독은 2년 뒤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보며 “굉장한 기시감을 느꼈다”고 했다. 우리 사회가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곪은 상처처럼 터져 나온다고 생각해서다. 

김 감독은 “많은 분들이 이 영화에 공감해주시는 건, 1994년 은희의 가족과 학교에서 느껴지는 억압의 공기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공감이 기쁘기도 하지만, 과거의 자장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조금씩 변화가 있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벌새’는 1994년 서울을 배경으로, 중학교 2학년 은희가 겪는 일을 다룬다. 오는 29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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