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에 따라 흉악범의 얼굴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공개 방법에 관한 규정이 미비해 법률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의 정체가 공개될 예정이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지난 19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워회)를 열어 피의자 A(39·모텔 종업원)씨의 신상정보공개 여부와 범위를 검토했다. A씨는 지난 8일 자신이 일하는 서울 구로구 모텔에서 투숙객 B(32)씨를 살해한 뒤 훼손한 시신을 한강에 유기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이 수사망을 좁혀오자 자수한 A씨는 “피해자가 반말하는 등 시비를 걸었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공분을 산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와 얼굴을 공개해 왔다. 지난 2010년 4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에 신설된 ‘8조 2항(피의자의 얼굴 등 공개)’이 법적 근거였다. 지난 2009년 강호순이 저지른 연쇄살인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해당 조항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때’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 중학생 딸의 친구를 성추행 후 살해한 이영학(37), 자신이 일하는 PC방 손님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김성수(30), 전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고유정(36) 등의 얼굴 공개도 이에 따른 조치였다.
문제는 현행법에 ‘피의자 얼굴을 공개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을 뿐, 어떤 방법으로 공개할 수 있는지 규정한 조항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수사사건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제10조(공보 제한 사항)에 따라 수사 중인 사건 관련자의 신원과 이를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원칙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피의자의 신상공개가 결정돼도 현장검증, 구치소 이동 등 상황에서 언론에 노출하는 소극적 방법의 공개만 가능하다. 최근 고유정이 포토라인에 섰을 때 ‘머리카락 커튼’으로 얼굴 공개를 회피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피의자 얼굴 공개 방법을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의자 얼굴 공개를 허용하면서 공개 수단은 마련하지 않아 법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이른바 ‘고유정 방지법’으로 불리는 특강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신상정보 공개가 결정된 피의자가 옷과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경찰이 얼굴을 감추는 피의자에게 자세를 고치도록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을 취할 수 있다.
김우태 가야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이 사실상 폐지된 상태다. 피의자의 얼굴을 공개할 수 있는 적극적 수단이 존재하면 흉악범죄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행 신상공개위원회를 강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조되고 있고, 피의자 가족에 대한 인권침해의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상공개위원회에 투입되는 전문가 인원을 상향조정하고 검토 기간과 사항을 추가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