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이 원금 폭탄이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금리 반등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상황입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금융사들의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 잔액은 총 8224억원입니다. 해당 상품에 투자자 비중은 개인이 가장 많았습니다. 개인투자자는 3654명으로 전체 판매액의 89.1%를 차지합니다. 법인은 188개사로, 898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문제가 된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는 독일 국채 10년물이나, 영구의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 등 해외금리가 기초자산입니다. 상품 만기가 도래한 시점에 금리가 일정한 기준 이상이면 투자자들은 원금에 더해 연 3%에서 5% 가량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다만 금리가 기준 이상으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이기도 했습니다.
상품별로 보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파생결합펀드 상품은 판매 잔액 1266억원이 전액 손실구간에 진입했습니다. 해당 상품은 금리가 -0.3%보다 높으면 연 4% 이상의 수익을 내지만, 이하로 내려갈 경우 차이에 손실 배수 250배를 곱해 원금을 잃게 되는 구조입니다.
현재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7% 안팎입니다. 지난 15일 -0.7129%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지난 16일 -0.6848%로 마감했습니다. 만기까지 이 수준의 금리가 유지될 경우, 투자 원금의 95.1%인 1204억원 이상이 날아갈 상황입니다.
영국과 미국의 통화 이자율 스와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도 판매 잔액 6958억원의 85.8%인 5973억원이 손실 구간에 있습니다. 만기까지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시, 예상 손실액은 3354억원에 달합니다.
영·미 CMS 금리,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펀드는 동일한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파생결합증권을 포트폴리오에 여러 개 담아 펀드 형태로 조성한 겁니다. 증권사에서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하면 운용사가 사모펀드(DLF)에 담아서 은행이 판매하는 식이었습니다.
파생결합펀드를 만든 것은 KB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이고,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한 증권사는 하나금융투자, NH투자증권, IBK투자증권입니다.
투자자들은 위험성이 과한 상품을 금융사가 충분한 예측 분석 없이 판매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복잡한 상품을 제대로 안내 받지 못했고, 원금 손실 위험에 대해 충분한 설명 없이 '안전하다'는 것만 강조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내다보지 못했던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해명합니다. 당분간 해당 상품의 판매, 설계 회사들을 대상으로 책임소재 공방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판매 규모는 은행 전체 판매액의 99.1%(8150억원)입니다. 판매액은 우리은행(4012억원)이 가장 많고 KEB하나은행(3876억원), 국민은행(262억원) 순입니다. 증권사에서는 74억원어치를 판매했습니다. 유안타증권(50억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원), NH투자증권(11억원) 순입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이 나섰습니다. 금감원은 문제가 된 상품에 연관된 관계사들을 모두 검사할 예정입니다. 은행과 증권사, 운용사가 해당 상품의 설계와 제조, 유통에 면밀히 얽혀있는 상황입니다. 금감원은 상품이 만들어지고, 고객에게 판매되기 까지의 모든 단계를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