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 나한테 까불면 혼난당께…”
여기에 나오는 '너그'는 '너희'를 의미하는 경남방언, '당께'는 '다니까'의 전남 방언 일부다.
전북 역시 많은 방언이 사용돼 지역만의 확연히 드러나는 특징과 구수함을 준다. 보전가치가 있는 셈.
그런데 전북도가 최근 거액을 들여 만든 ‘전북 방언 사전’이 책 모양만 그럴듯할 뿐 내용은 오류 투성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북 방언 사전 제작은 지난 2017년 시작해 2018년 7월 집필을 완료, 총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1천118쪽으로 웬만한 책의 3배에 이르는 지면으로 구성됐다.
전북만의 방언을 찾기 위해 고전문학, 현대문학, 판소리 사설, 전북 14개 시군 지역 방언들을 수집해 발간했다고 한다.
전북도는 이번 전북 방언 사전이 전북 위상을 재정립하고 전북만의 문화와 정신, 지역 정체성의 정수라고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런데 전문가의 검증을 거쳤다는 전북 방언 사전이 “방언과 표준을 구별하지 못한 엉터리 사전이다”는 혹평이 나오는 등 부실 감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예컨대, 전북 방언 사전에서는 '가는 체'(고운 체), '빵긋이'(방긋이), '생손'(생인손), '소낙비'(소나기), '우수'(덤) 등이 방언이라고 표기 돼 있지만 전부 표준어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일꾼'(놉)의 경우 표준어이지만 명사화된 방언으로 볼수 있는 가운데 전북이 아닌 전남 방언으로 알려져 있는 등 향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게다가 쓰기가 올바르지 못한 부분도 여러 군데에서 나왔다. 집필진 대부분이 전북지역 대학 교수진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실제, 예문에 ‘알아 맞추면’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알아 맞히면’으로 쓰는게 옳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감수 허점이 곳곳에서 노출됐다.
집필 및 감수진은 연구책임자와 책임연구원, 연구원, 연구보조원 등 18명이다. 국립국어원과 전북대, 전주대 교수 및 연구자들이 주축이 됐다.
이처럼 낙제점을 받고 있는 ‘전북 방언 사전’을 지자체에서 만들었다는 부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반 책도 아니고 사전이라는 점과 지자체가 제작 배포해서 믿고 보게 되는데 오류가 많다는 것은 심각하다는 의견이다.
도내 일선 학교 한 관계자는 “명색이 사전이란 어휘와 개념에 관한한 최후의 보루이자 정석이다. 이렇게 허술해도 되는지 한심하다”고 질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틈 나는대로 사전을 들여다 봤는데 틀린 곳이 계속 나온다. 다른 책은 몰라도 사전이 이래도 되나 싶다”며 “오류가 너무 많아서 배포하면 안될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이와관련, 전북도 관계자는 “일부 오류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전북만의 방언 사전을 처음 시도해 만들었다는데 의미가 있다. 중판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히 들여다 보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전북 방언 사전은 총 220권이 제작됐고 전북지역 도서관, 공공기관, 언론사 등에 배포했다. 또한 전북도는 포털 네이버와 도청 홈페이지 등에 올려 사전을 소개하고 있다.
전주=신광영 기자 shingy14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