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2심을 맡은 재판부가 심리한다.
서울고등법원은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50억원의 뇌물공여 혐의가 추가로 인정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을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에 배당했다고 4일 밝혔다.
형사1부는 서울고법이 운영하는 5개 부패전담부 가운데 하나로 현재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도 맡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과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가가 서울 연희동 자택의 공매에 반발해 낸 이의신청 사건도 형사1부가 심리하고 있다.
서울고법은 “파기환송된 사건은 법관 사무분담에 관한 보칙에 따라 환송 전 사건 재판부의 대리 재판부에 배당되는 것이 원칙”이라고 배당 이유를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을 서울고법 형사13부가 맡았으므로, 파기환송심은 대리 재판부인 형사1부에 배당했다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삼성이 최순실씨에게 제공한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을 무죄로 본 2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이 부회장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에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의 형량이 파기환송심에서는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관들 사이에서 뇌물에 관한 이견이 있었던 만큼, 법리적 다툼이 치열해질 가능성도 있다.
국정농단 사건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파기환송심은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에 배당됐다. 최씨는 2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으나 대법원에서 “일부 강요 혐의를 무죄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나오며 파기환송됐다. 파기환송 요인이 최씨의 전체 혐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형량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역시 파기환송 됐지만, 기록을 정리하고 넘기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되며 아직 접수 전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 안팎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도 금주 내 재판부가 정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2심도 서울고법 형사4부가 심리했던 만큼, 최 씨와 같은 형사6부에 배당될 가능성이 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