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게임’부터 아이돌 연합 ‘슈퍼M’까지…진화하는 K팝

‘BTS 게임’부터 아이돌 연합 ‘슈퍼M’까지…진화하는 K팝

기사승인 2019-09-06 07:00:00

‘미래를 여는 영혼의 지도는 어디에 있나’(Where is the map of the soul to open the future) 넷마블이 지난달 22일 공개한 신작 게임 예고 영상은 이런 질문으로 끝난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에 기반을 둔 게임이다. 영상에 등장하는 ‘영혼의 지도’, 즉 ‘맵 오브 더 소울’(Map of the soul)은 방탄소년단이 지난 4월 낸 새 음반이 제목이다. 넷마블은 이 예고 영상에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음반 ‘화양연화 파트2’의 타이틀곡 ‘런’(Run) 뮤직비디오 일부를 삽입하기도 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가요 기획사들이 K팝의 새로운 미래를 탐색하는 데 여념이 없다. 아티스트의 IP와 고객의 경험을 미래 사업의 핵심에 둔 빅히트와 달리, ‘K팝 제국’으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SM)는 이른바 ‘CT’ 즉 ‘문화기술’에 중심을 둔 프로젝트를 수년째 진행 중이다. JYP엔터테인먼트(JYP)는 K팝의 지역화(localization)에 주목해 중국과 일본에서 현지인으로 구성된 K팝 그룹을 만들고 있다. 

◇ ‘IP’와 ‘경험’…빅히트의 혁신

빅히트는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한 콘텐츠 확장에 관심이 많다. 방탄소년단 신작 게임 외에, 이들의 데뷔 전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도 제작할 계획이다. 국내 대형 드라마 제작사와 빅히트가 공동 제작을 맡아 내년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작품을 준비 중이다. 앞서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시리즈 음반을 토대로 한 웹툰과 소설을 공개해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지난 6월 출시한 게임 ‘BTS월드’는 하루 만에 전 세계 51개국 앱스토어에서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다.

빅히트는 소속 아티스트의 IP 사업을 크게 ‘브랜드 IP’와 ‘스토리텔링 IP’로 나눠서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브랜드 IP 사업의 핵심은 “아티스트를 통해 생성된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강력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이를 영속적인 브랜드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방시혁 대표 프로듀서)이다. 스토리텔링 IP는 아티스트의 서사와 세계관에 기반을 둔다. 자전적 이야기와 내면의 목소리를 음악으로 표현해온 방탄소년단의 경우, 스토리텔링 IP로 운용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넓다. 이들의 동생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역시 자신들의 세계관 ‘TU’를 구축 및 확대할 계획이다.

눈여겨볼 시도는 또 있다. ‘고객 경험 혁신’이다. 아티스트와 팬들의 소통 플랫폼 ‘위비스’와 아티스트 관련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커머스 플랫폼 ‘위플리’는 빅히트의 고객 경험 혁신 시도의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빅히트는 이 두 플랫폼의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공연장 등 오프라인에서 팬들이 누릴 수 있는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월 방탄소년단의 부산·서울 팬미팅 당시 공연장 인근에 설치한 플레이존, 다음 달 서울 공연에서 시도할 팝업스토어 등 여러 이벤트를 통해 공연이 열리는 도시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 SM의 자신감, NCT와 슈퍼M 

긴 시간 K팝의 최첨단을 제시해온 SM엔터테인먼트는 ‘CT’(Culture Technology, 문화기술)를 핵심 사업 가치로 꼽는다. K팝 인재를 캐스팅 및 육성하고 음반을 제작하는 노하우와 시스템을 일종의 ‘기술’로 보고, 이를 통해 국경을 허물려는 것이다.

오는 10월4일 데뷔하는 그룹 슈퍼M(SuperM)은 SM 문화기술의 가장 최신 모델이다. 슈퍼M은 태민(샤이니), 백현·카이(엑소), 태용·마크(NCT), 루카스·텐(웨이브이) 등 7명의 멤버로 구성된 연합팀이다. 멤버 면면이 화려해 ‘K팝 어벤저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비틀스, 케이티페리, 샘스미스, 트로이시반 등의 팝스타가 속해있는 세계적인 뮤직 레이블 캐피톨 뮤직 그룹(CMG)이 슈퍼M 제작을 함께 한다. 이 팀의 음반 프로듀싱은 SM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맡는다. CMG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 프로듀서는 앞서 미국 LA에서 열린 ‘캐피톨 콩그레서 2019’에서 “슈퍼M은 차별화된 음악을 선보일 것이다. 각 멤버들의 뛰어난 실력은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 패션, 그리고 비주얼로 K팝의 핵심 가치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데뷔한 그룹 NCT도 SM의 미래지향적 가치를 보여주는 팀이다. 이 팀 이름은 ‘네오 컬처 테크놀로지(Neo Culture Technology)’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것으로, 멤버의 영입이 자유롭고 그 수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NCT 연합팀 NCT U를 시작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NCT 127, 10대로 구성된 NCT드림, 2018년 활동한 NCT 멤버들이 모두 뭉친 NCT 2018 등이 그간 대중과 만났다. ‘개방성’ ‘확장성’ 등 다소 낯선 개념 때문에 데뷔 초 진입장벽이 높았지만, 지난 5월 발표한 NCT 127의 앨범이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11위를 차지하는 등 지금은 영미 팝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SM은 IT 기술을 문화에 접목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가수와 듀엣곡을 부를 수 있는 노래방 앱 ‘에브리싱’부터 지구 반대편에 있는 스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홀로그램 콘서트까지 문화에 IT기술을 접붙인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지난 10여년간 인공지능과 로봇을 엔터 산업에 접목하는 방식을 고민해왔는데, 지난해엔 ‘문화기술’(Culture Technology)과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자회사 CT-AI랩스를 세워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기술을 전담하게 만들기도 했다.

◇ JYP의 ‘한국인 없는 K팝 그룹’

그룹 트와이스, 갓세븐 등이 소속된 JYP는 K팝이 한국에 묶이지 않고 각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하는 지역화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 콘텐츠를 수출하고, 해외 인재를 발굴해 한국 가수들과 혼합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해외에서 직접 인재를 육성하고 세계에서 활약하는 글로벌 그룹을 양성하는 것이다.

이런 사업의 일환으로 JYP는 지난해 중국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와 협업해 아이돌그룹 ‘보이스토리’를 중국에 데뷔시켰다. 또한 일본의 소니뮤직과 손잡고 ‘니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니지 프로젝트는 한국과 일본의 아이돌 문화를 접목해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글로벌 그룹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JYP의 정욱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페스티벌 2019’ 강연에서 “K팝의 특성을 살린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아티스트가 데뷔하는 등 K팝은 한국이라는 틀을 넘어 글로벌한 음악 장르로 발전하는 중”이라며 “K팝이 어디를 목표로 하고 집중하느냐에 따라 효율성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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