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 수사를 놓고 검찰과 청와대의 마찰이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에 대검찰청이 맞대응을 하면서다.
박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어떻게 실현되겠느냐”며 지난달 27일 조 후보자 관련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사실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후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정치를 하겠다는 식으로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며 가세했다.
이어 조 후보자 딸 조모(28)씨의 동양대 표창장 의혹 수사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언급을 인용한 언론보도가 나왔다. 해당 보도는 “조씨에게 표창장을 주라고 추천한 교수를 찾은 것으로 파악됐으며 관련 의혹이 인사청문회에서 해소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6시쯤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돌려 공식 대응에 나섰다. 검찰은 여권이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박 장관의 발언대로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을 보고받는다면 사실상 모든 수사계획이 청와대까지 사전에 전달된다. 결과적으로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또 검찰은 조씨가 받은 표창장 의혹에 대한 청와대 언급을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검찰은 조 후보자 관련 수사에 착수한 이후 불필요한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조직 차원의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나 첫 압수수색 당일부터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이 작성한 대통령 주치의 임명 관련 문건을 고의로 언론에 흘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장 나쁜 검찰의 적폐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이라며 검찰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검찰이 조씨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검찰 출신인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에게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 아니냐는 여당의 의혹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날 오전 유시민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알려지자 윤 총장은 여권의 ‘수사 개입’을 제지하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개혁을 하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막상 불리한 상황에 몰리자 과거 보수정부의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 장관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를 정면 위반한 것으로 검찰은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검찰이 수사계획을 법무부와 청와대에 사전보고하는 관행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인사청문회에서 윤 총장은 ‘일반적인 낱개 사건을 장관 회의에까지 보고하느냐’는 질의에 “현재는 그렇게 법무부의 사전 승인을 얻어서 일 처리하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
검찰과 청와대의 마찰은 조 후보자 수사가 진행되는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조 후보자 수사에 착수하기로 결심하면서부터 사실상 검찰총장직을 던질 각오를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 결과에 따라 한쪽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 후보자와 가족 중 일부가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질 경우, 조 후보자가 상징해온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급격히 동력을 잃게 된다. 반면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도 조 후보자 일가의 혐의를 입증해내지 못할 경우 검찰개혁을 저지하기 위해 인사권자를 상대로 분란을 일으켰다는 여권 지지세력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