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가 6일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이 지사는 이번 선고형이 최종 확정되면 도지사직을 잃게 된다.
수원고법 형사2부(임상기 부장판사)는 이날 이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친형(고 이재선)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무죄 부분을 파기,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와 ‘검사 사칭’,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 3가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여권의 잠재적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이 지사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도 큰 차질이 예상된다. 선출직 공무원은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이 무효처리 된다. 대법원에서도 항소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피선거권 제한 등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게 된다.
법원은 이 사건의 최대 쟁점이었던 친형 강제입원 사건과 관련해 이 지사가 한 발언이 지난해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오도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고 이재선 씨에 대해 구 정신보건법 25조에 따라 강제입원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한 점은 인정되지만,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는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가 분당보건소장이나 정신보건센터장 등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지시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고 이재선 씨에 대한 강제입원 절차를 지시했고, 이런 절차는 일부 진행되기도 했다”며 “피고인이 경기도지사 후보자로서 TV 합동토론회에 나와 이런 사실을 숨긴 채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은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을 오도할 정도로 사실을 왜곡,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발언은 누구나 시청할 수 있는 공중파 방송에서 행해져 선거기간 내내 해당 발언을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검사 사칭 사건에 대해서는 이 지사가 사실 주장이 아니라 의견 표현을 한 것에 불과하고, 대장동 개발업적 과장 사건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었을 뿐이라며 무죄로 봤다.
40여분간의 판결문 낭독이 끝나자 재판을 방청하던 일부 이 지사 지지자들은 재판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지사는 굳은 표정을 한 채 포토라인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을 뒤로한 채 법원을 빠져나갔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14일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징역 1년 6월을, 3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600만원을 구형했다.
당시 검찰은 “시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으로 친형에 대한 강제입원을 시도해 권한을 남용하고, 유권자에게 거짓말을 한 피고인이 국내 최대의 지방자치단체를 이끌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7월 10일 첫 재판을 시작으로 결심 공판까지 총 5차례의 재판을 진행한 끝에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이날 선고 공판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