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추석이 달갑지 않은 이들

[기자수첩] 추석이 달갑지 않은 이들

기사승인 2019-09-12 06:00:00

“추석연휴 일할 곳 찾습니다 경험 많아서 믿고 맡기실 수 있습니다 시간엄수 근면성실”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의 일이다. 대각선에 서있던 여성 휴대전화를 무심코 봤다. 그는 단기알바를 구하고 있었다. 가방에 수험서가 있던 것으로 보아 취업준비생인 듯 했다. 그는 집까지 거리를 재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또 바쁘게 사이트를 뒤졌다. 

모처럼 찾아온 연휴에 쉬지 않고 일거리를 찾는 건 왜일까. 사정을 다 알진 못해도 한 가지는 분명해보였다. 가만히 쉴 바에 용돈벌이라도 해야겠다는 마음.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기자도 비슷한 시절을 겪어서인지 측은함이 느껴졌다. 

실업자가 전국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실업자 인구가 올해 7월 기준으로 109만7000명이다. 실업자는 1년 전보다 약 6만 명 늘었다. 이중 청년(15∼29세) 실업자는 2만6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0.5%p 상승했다. 자리를 찾지 못해 허덕이는 젊은 세대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올해 청년 일자리 예산이 지난해보다 삭감되면서 청년 구직활동은 더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과 청년 등을 위한 사업예산이 400억원 넘게 줄어 수혜자가 3만 명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보니 취업 대신 공무원 시험에 목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이 39.2대 1로 집계됐다. 행정직은 무려 171.5대 1이라는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그간 최저임금 인상·비정규직 정상화·근로시간 단축 등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일자리 성적은 암울하다. 그 원인을 두고 여러 가지 말들이 나오는데 일각에서는 대기업이나 부유층을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효성 부재가 거론되기도 한다. 이쯤되면 정책이 당초 의도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부터 연휴다. 왕래가 적은 가족, 친지들과 회포를 풀고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도 나누는 기쁜 날이다. 그러나 매일을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번 추석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벌써 세 번째 추석이다. 명절이 청년들에게 아픔이 되지 않도록 정부가 더 앞장서야 한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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