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라는 몽상가, 심연으로의 ‘항해’

악뮤라는 몽상가, 심연으로의 ‘항해’

기사승인 2019-09-25 16:05:12

남매 듀오 악뮤(AKMU)의 멤버 이찬혁은 자신이 이상주의자 같다고 느꼈다. ‘너는 꿈을 꾸는 사람이구나’라는 현실주의자들의 말 속에서 그는 ‘나 같은 사람이 한 명씩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세상에 나설 준비가 된 또 다른 몽상가를 깨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서다.

25일 오후 6시 발매하는 악뮤의 세 번째 정규음반 ‘항해’는 그의 몽상가적 기질이 다분히 담긴 음반이다. 이찬혁은 ‘떠나다’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별’을 테마로 한 10곡의 노래를 만들어 실었다. 그간 퍼포머로 활약하던 이수현은 수록곡 ‘작별인사’를 편곡하며 창작에도 도전장을 냈다.

이찬혁은 군 복무 시절 배를 타고 항해를 하며 음반에 실린 곡들을 만들었다고 한다. 악기는커녕 녹음기도 없어서, 수첩에 가사를 적고 머릿속으로 멜로디를 상상한 다음 그것을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 작업해야 했다. ‘뱃노래’, ‘물 만난 물고기’, ‘밤 잠 없는 밤’ 등이 배 위에서의 경험에서 탄생한 노래들이다. 이찬혁은 음반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소설도 펴낸다. ‘물 만난 물고기’라는 제목으로, 오는 26일 발간된다.

음반과 소설은 이찬혁의 심연을 비춘다. 25일 오후 서울 도산대로 CGV청담씨네시티에서 만난 이찬혁은 “입대했을 즈음부터 성숙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주적인 관점에서 시대나 유행을 타지 않는 멋, 혹은 가치가 뭘지 고민했고, 그게 성숙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지금도 그것(변하지 않는 가치)이 내 것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죽을 때까지 발전시켜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수현은 또 한 번 이찬혁을 위한 ‘세이렌’이 됐다. 발랄하게 노래하던 지난 음반과는 달리, 목소리의 채도를 낮춰 고독과 쓸쓸함을 표현했다. 이수현은 “처음엔 오빠에게 맞춰주고 배려해주려고 했는데, 음반을 만들어가면서 이 음악들이 나의 것이자 악뮤의 것이 됐다”고 했다. 이찬혁이 없는 2년여간, 홀로 사회에 나가 여러 감정을 경험한 것이 표현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채우는 데 도움을 줬다.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둘은 서로를 더욱 존중하게 됐다. 이수현은 “겁도 없이 혼자 솔로 음반을 만들면서 오빠(이찬혁)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간 이찬혁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못한 미안함과 ‘다시 만난 날엔 더욱 성장해 있겠다’는 약속을 편지지에 빼곡이 담아 이찬혁에게 보냈다. 이찬혁은 “수현이가 자신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고백해준 게 고마웠다”며 “수현이를 아티스트로 존중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12년 SBS ‘K팝스타2’에 출연해 재기발랄한 음악으로 주목받은 이들은 YG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고 ‘악동뮤지션’이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다. 남매의 개성이 워낙 뚜렷해 대형기획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이찬혁은 “(YG엔터테인먼트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있다”며 “회사에서는 지원을 받는 정도”라고 했다. 이번 음반부터는 그간 써왔던 ‘악동뮤지션’ 대신 ‘악뮤’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기로 했다. 이름에 담긴 ‘아이 동’(童) 자가 성인이 된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한 결과다.

이수현은 “커가면서 우리의 성향이나 취향이 많이 달라져 가고 있다”면서 “악뮤는 우리 둘이 중간점에 두기로 했고, 오빠와 나의 정체성을 담은 솔로음반도 준비되는대로 보여드려고 한다”고 귀띔했다. 이찬혁은 “내 목표는 다음 음반”이라면서 “다음 음반에 들어갈 노래를 할 수 있게끔 더 진화하는 게 이번 음반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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