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리포트] "기관지 확장증 치료, 삶의 질 높이는 전인적 접근 중요"

[쿠키리포트] "기관지 확장증 치료, 삶의 질 높이는 전인적 접근 중요"

기사승인 2019-10-15 11:44:03
#난치성 기관지 확장증, 삶의 질 높이는 전인적 치료 필요
#글// 김남선 강남 영동한의원 대표원장
기관지 확장증은 말 그대로 기관지 평활근이 늘어나는 질환이다. 기관지 내막이 염증이나 가래 침착으로 인해 점차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 결국 기관지가 늘어져 호흡 기능이 약해진다.

덧붙여서 설명하면 어떤 원인으로 인해 기관지 벽이 탄력을 잃게 됐을 뿐만 아니라 다시 원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불가역성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기관지 벽이 손상을 받아 기관지확장증이 발생하면 폐의 세균 및 먼지 등에 대한 청소 기능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정상적인 기관지 내벽은 점액으로 덮여 있어 외부 공기를 들여마실 때 덩달아 침투한 세균, 먼지 등이 점액에 들러붙고, 섬모라는 작은 털이 이 점액질을 가래 형태로 입 밖으로 밀어내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감염 혹은 기타의 이유로 기관지 섬모들이 손상을 입게 되면 점액질이 잘 배출되지 않게 되고 오히려 각종 세균이 들끓게 되는 병균 둥지로 변하게 된다. 세균의 번식에 의해 기관지에 발생한 만성 염증으로 인해 기관지가 탄력을 잃고 늘어져 파괴되는 병이 바로 기관지 확장증이다.

한의학에서는 어려서부터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만성 축농증 등으로 입 호흡 습관으로 폐면역이나 폐기능이 떨어지는 기관지 발달 장애자, 호흡기가 선천적으로 약해서 늘 감기와 기침을 달고 사는 사람, 폐기(肺氣)나 정기(正氣) 부족으로 방어 체계까지 약해진 사람 등에게 잘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흡연, 미세 먼지 노출, 알레르기 물질 흡입 등 환경적 위험 요인이 가해지면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된다.

기관지 확장증은 한 두달만에 생긴병이 아니고 10년, 20년에 걸쳐서 조금씩 진행되는 병이다. 따라서 치료 기간도 1~2년 이상 필요하다. 치료 시 장기전으로 받아들이고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대처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환자가 알아야 할 기관지 점액의 변화는 크게 4단계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즉 1기는 묽고 흰 가래가 나오는 단계, 2기는 진득하고 누런 화농성 가래, 3기는 푸른 색의 가래가, 마지막 4기는 가래에 핏기가 비치는 혈성 담 단계다. 혈성 가래는 기침을 할 때 기관지 내벽이 터져서 가래에 피가 섞어 나오는 것으로 중증이다.

기관지 확장증에 대한 한방 치료는 폐를 맑게 해주는 청폐 요법이 기본이다. 청폐란 가래를 삭혀 없애는 과정이고, 면역력과 폐 기관지의 기능이 회복되는 재생 과정이기도 하다.

한약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 처방으로, 전탕액은 보중익기탕 가감방이 중심 처방이다. 가미 보중익기탕 처방은 환자의 위를 보하고 기관지 내벽인 평활근으로 가는 백혈구와 임파구를 늘려서 기관지 근육이 호르몬이나 영양 점액을 충분히 받아 빠르게 원 상태로 되돌리는 힘이 강력하다.

필자가 다음 달 14일 일본 도쿄 야에스컨벤션에서 열리는 일본 한방의학 연구회 학술집담회에서 발표하는 한 환자 치험례(치료 경험 사례)를 미리 들여다보자. 

기관지확장증 환자 K씨의 나이는 올해 71세다. 치료 전 그의 체중은 43kg이었고 담배를 50년 간 피운 장기 흡연의 영향으로 폐결핵과 알레르기성 기관지 천식도 같이 앓은 병력의 소유자다. 문진 결과 어려서부터 코로 숨쉬기보다는 입으로 숨을 쉬는 입호흡 습관도 갖고 있었다.
입맛이 있을 리 없다. 내원 시 소화불량을 호소했고, 만성 기침과 가래 천명 증상에 호흡이 힘들어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그 결과 늘 불면증에 시달렸다.

필자는 보중익기탕을 기본 처방으로 삼아 그에게 면역력 강화에 이로운 생약, 금은화와 숨 길을 열어주는 신이화, 그리고 기관지 폐 기능 재생에 도움이 되는 녹용을 가미하여 1년 간 복용하도록 했다.

1년 뒤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K씨의 체중은 71kg으로 배 가까이 불어났다. 입맛이 돌아오고, 소화력이 좋아진 덕분이다. 기침과 가래, 호흡 곤란 증상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기관지 하나만 개선하는데 그치지 않고 전인적으로 몸 전체를 보고 치료하는 한방 치료의 장점이 구현된 것이다.

병을 치료할 때는 절대로 나무만 봐선 안 된다. 숲 전체를 보고 처방을 해야 치료 효과가 배가된다. 이것이 전인적(全人的) 한방 치료다. 기관지 확장증의 한방 치료, 즉 전인적 청폐 요법의 임상 목표는 다른 데 있지 않다. 병 치료와 더불어 삶의 질도 높이는 1석2조의 효과'를 노린다. 

기관지 확장증 치료에 사용되는 한약 가미 보중익기탕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폐, 기관지 환자들의 염증 발생을 억제하는 작용도 기대된다. 환자의 몸무게가 늘고 계절성 감기에 덜 걸리며 숨참 기침 등 여러 호흡기 이상 증상까지 완화해 삶의 질 향상이란 결실을 맺는 효과가 있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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