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새 회장 선임 앞둔 KT, 진짜 ‘민간기업’으로 거듭날 기회

[기자수첩] 새 회장 선임 앞둔 KT, 진짜 ‘민간기업’으로 거듭날 기회

기사승인 2019-10-23 05:00:00

KT가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내부 인력후보를 검토한 데 이어 외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공개모집을 시작했다. 황 회장 임기는 내년 주주총회까지이지만 이사회 등을 통한 고지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올 12월에는 후임 선정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 현재 하마평으로는 KT 전현직 임원들과 정보통신부 출신 관료들, 외부 기업 출신 경영인들이 거론되면서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반 민간 기업의 CEO들이 경영성과 부실 등으로 인해 퇴진하는 것과는 달리 유독 KT 수장들의 임기 완수에 발목을 잡은 건 비리문제였다. KT는 '주인 없는 민영기업'이라는 특징 때문에 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장 자리는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인식되어 매번 낙하산 인사로 논란을 빚었다. 정권이 바뀌어도 수장이 자리를 버티면 정치권에서 각종 의혹들을 제기하며 전가의 보도마냥 비리조사를 실시했다. 

민영화 이후 첫 CEO 였던 남중수 사장은 재선임 됐지만 결국 납품비리에 연루돼 중도 사퇴했다. 이석채 회장 역시 횡령, 배임 등에 연루돼 임기 내 곤욕을 치뤘다. 수사 받던 사안은 무죄였지만 채용비리로 구속기소 됐다. 황 회장 역시 검찰 수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KT수장들은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는 사라지고 각종 의혹들로 흠집만이 남았다. 

증권가에선 KT가 경영 연속성이 지속되지 못해 주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정권 교체 때마다 불거지는 CEO교체설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5G가 상용화되고 통신사별 경쟁이 격화되는 사이 KT는 황 회장의 수사 건으로 주요 계획들이 ‘올스톱’ 되는 등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정치적 외풍이 많았던 가운데 황 회장은 사실상 2002년 KT 민영화 이후 최초로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친 첫 수장이 된다. 버티는 힘으로 작용한건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성과가 언급된다. 2014년 처음 선임된 황창규 회장은 3년 임기 동안의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CEO추천위원회’에 의해 차기 회장으로 단독 추천돼 어렵지 않게 연임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KT가 흑자를 넘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다시 입성한 것도 황 회장이 경영을 맡은 후다. 

임기 완주한 첫 수장을 시작으로 KT는 민간기업으로서 정치권의 꼬리를 완전히 끊어내고 ‘CEO리스크’에서 벗어날 기회를 맞게 됐다.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회장 선임 과정을 개정한만큼 새 회장 후보자의 조건으로 통신 전문성과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이 우선순위로 꼽힌다. 더 이상 주총회장에서 노조의 소란이 일어나지 않는, 통신 서비스 개발에 몰두하는 KT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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