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완화의료 종사자와 자원봉사자를 격려하기 위한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날 기념 음악회’(Voices for Hospices 2019)가 25일 오후 7시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이날 음악회에는 호스피스에 남다른 소회를 가진 출연진들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 무대, 무대 밖 앙코르 공연 등 뜻밖의 재미가 이어지기도 했다.
사회를 맡은 김성경 아나운서와 김원철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홍보이사의 인사를 시작으로 종교계 인사의 축사가 이어졌다.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은 “호스피스는 고통과 두려움에 떠는 사람 곁에서 그의 수족이 되고 귀와 입이 된다”며 “생명의 무한한 가치를 제고하는 거룩한 일”이라고 격려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인간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품위를 유지하며 영원의 세계로 가도록 돕는 일이 호스피스”라며 “한국에서는 1950년대 강릉 수녀님들이 환자를 돌보면서 그 개념이 시작됐다. 이런 훌륭한 일이 수도사로부터 유래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은 호스피스와 관련된 경험을 나누기도 했다. 배우 문소리는 “외할머니를 오랫동안 병간호했던 경험이 있다”며 “말기질환 환자와 그 가족에게 호스피스가 얼마나 소중한지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성악가 안영주는 지난해 12월 가톨릭대 성모병원서 부친의 임종을 지켰다고 밝히며 “호스피스 덕에 아버지가 행복하고 평화롭게 마지막 여정을 떠나셨다”고 말했다. 음악가 양방언은 1년간 마취과 의사로 일한 경력을 소개하며 “의사로서 사람들 치유한 시간이 짧아 호스피스 봉사자에 특별한 존경심이 있다”고 말했다.
차분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음악회에는 예상치 못한 반전도 있었다. 어린이 합창단 노래하는아이들, 가수 이소정은 발랄한 동요로 무대를 장식했다. 시니어 합창단 청춘합창단이 ‘즐거운 나의 집’을 부르자 일부 관객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가수 노사연·이무송 부부는 재치 있는 입담과 함께 친근한 가요를, 국악인 송소희는 경기민요와 국악 풍 가요를 선보였다. 관객 모두 음악회의 컨셉을 ‘평화와 치유’로 파악했을 때 그가 등장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가수 하현우는 “어둡고 신나는 곡”이라고 소개하며 Lazenca, Save Us를 선보였다. 조용했던 객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복수의 이빨’과 ‘증오의 발톱’ 등 파격적인 가사를 열창하는 중 눈을 마주친 객석의 스님과 신부님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의 무대 매너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당초 호스피스 활동가에 감사를 전한다는 행사의 취지상 공연은 잔잔한 분위기일 것으로 짐작됐다. 관객들은 이런 편견을 깬 하현우의 파격적인 선곡에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음악회가 끝난 후 공연장 밖 로비에서는 깜짝 앙코르 공연이 열렸다. 주최 측 관계자와 대화 중이던 안영주 성악가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그는 인턴 기자에 어깨동무를 하고 무대에서 불렀던 곡들을 다시 선보였다. 공연장을 빠져나오던 사람들은 로비에 다시 둘러 모여 여운을 즐겼다.
10월 둘째 주 토요일로 정해진 호스피스·완화의료의 날은 전 세계적 기념일이다.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2년마다 60여개 국가에서 동시음악회가 열린다. 우리나라는 2007년 예술의 전당 음악회를 마지막으로 여건상 잠정 중단됐다가 올해 12년 만에 다시 개최됐다. 이날 음악회는 (사)원불교호스피스회, (사)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사)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한국호스피스협회 등이 주최했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