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까말까] 당겨진 방아쇠, 비밀을 찾아서 ‘VIP’

[볼까말까] 당겨진 방아쇠, 비밀을 찾아서 ‘VIP’

기사승인 2019-10-29 07:01:00

완벽해 보이는 결혼 생활에 틈이 생겼다. ‘당신 팀에 당신 남편 여자가 있다’는 문자 한 통이 균열의 시작점이었다. 지난 28일 막을 올린 SBS 새 월화극 ‘VIP’는 여러 의문과 가능성을 열어 두고 시청자와 만났다. 

첫 회에선 드라마의 배경인 백화점 VIP 전담팀의 업무가 그려졌다. 나정선(장나라) 차장과 팀원들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구두를 시간 내에 구하라는 VIP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시간에 맞춰 물건을 준비했지만, VIP가 구치소에서 사망해 전달할 수 없게 됐다. 백화점 쇼퍼의 응대 실수 이후 VIP 전담팀을 안방 드나들듯 하는 VIP의 에피소드도 이어졌다. 백화점에서 많은 돈을 쓰지만 ‘졸부’라는 수군거림을 듣는 그는 전담팀에 새로 발령 난 신입사원 온유리(표예진)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부각된 것은 백화점 VIP 전담팀이 상대하는 VIP들의 유난스러움과 전담팀의 업무 능력이다. 특히 장나라가 연기하는 나정선은 곤란한 문제에 노련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류를 시간 안에 전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결단력도 있다. 

하지만 ‘VIP’를 단순한 오피스 드라마로 분류할 수는 없다. 사무실에서 연애하는 평범한 멜로 드라마로 보기도 힘들다. 첫 회부터 이곳저곳에 온갖 단서와 암시, 복선을 깔아 둔 덕분이다. VIP의 장례식 이후 나정선은 남편이자 상사인 박성준(이상윤)과 산길을 걸어 내려오며 “지금처럼 살면 좋겠다”고 삶의 행복을 이야기하지만, 박성준은 첫 장면부터 수상하기 그지없다. 팀원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비밀 하나씩을 품고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결국 ‘VIP’ 첫 회의 마지막 장면은 나정선이 의문의 문자를 받는 것으로 끝나며 긴장감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남편 찾기나 범인 찾기에 이어 불륜 상대 찾기가 시작됐다. 사건의 중심이 되는 인물을 의도적으로 가려서, 시청자의 추리력을 발휘하게끔 하는 전개는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쓰이는 장치다. ‘VIP’ 또한 시청자에게 묻는다. 박성준의 불륜 상대가 누구 일지, 그 문자를 누가 보냈을지, 혹은 불륜을 넘어 더 큰 비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면 다음 편을 보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다. 

흥미로운 출발점이 준비됐다. 여기에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연출과 안정적인 배우들의 연기도 더해졌다. 이후 어떠한 박자로 비밀을 풀어낼지, 각각의 인물이 밝혀진 진실을 어떻게 마주할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 볼까

범인 찾기에서 비롯되는 적당한 긴장감을 즐기는 시청자라면 채널 고정. 

■ 말까

비밀이 불륜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모호한 전개나 불륜 소재를 싫어한다면 흥미롭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