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류업계 규제의 미학은 통용될까

[기자수첩] 주류업계 규제의 미학은 통용될까

기사승인 2019-11-06 14:32:29

규제란 어떤 행위에 대한 한도를 정해 그 한도를 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산업적 규제는 과밀화된 시장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규제의 문턱을 넘기 힘든 신생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정부는 최근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 개정을 통해 소주병 등에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간 제10조는 ‘음주행위를 지나치게 미화하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지 않아 실효성이 낮았다.

이는 적극적인 규제대상이었던 담배와는 달리 술의 경우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담배와 술 모두 1급 발암물질임에도 정부가 절주 정책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비가격정책에 대한 실효성의 의문은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했더 담배갑 경고그림 부착 역시 의미있는 흡연률 감소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1년 캐나다에 세계 최초로 담배갑 경고그림을 도입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데이비드 스웨너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법학부 교수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고그림 도입은 금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주류 광고가 청소년과 성인의 음주를 촉진시킨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주류광고 현황 및 규제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주류광고에 노출된 정도에 따라 청소년들의 음주 시작 시기를 앞당기고 이미 음주 중인 청소년의 경우 음주량을 늘린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주류광고 노출량과 청소년의 음주위험성의 관계는 ‘용량-반응’ 관계다. 이는 단순히 노출여부만이 아니라 노출량에 따라 위험성이 증가된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또 주류광고는 음주가 스트레스 해소나 사회적 교류에 도움을 준다는 기대를 강화함으로써 스트레스 상황이나 사회적 교류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찾지 않고 술에 의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체재가 없는 상황에서의 규제가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일반 담배의 경우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대체재가 갖춰져있어 자연스러운 이동이 이뤄졌다. 유해성 여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금연을 할 생각이 없는’ 소비자들에게는 탁월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소주의 경우는 종류의 차이만 있을 뿐 대체재가 없는 상황이다. 맥주나 다른 주종은 말 그대로 타 주종일 뿐 대체재로 성립하지 않는다. 단순히 산업적인 부분을 떠나 국민건강증진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하기에는 애매한 규제인 이유다. 

시장 진입에 대한 문제도 있다. 새로운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공격적인 가격·비가격 마케팅이다. 그러나 이미 진행되고 있는 리베이트 금지법으로 인해 신규 사업자는 공격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여기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돼있는 연예인 등 모델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대기업이 양분하고 있는 소주 시장에 발을 들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비가격정책에 대한 결과와 해석은 시장에 따라, 관점에 따라 다르다. 결과와 해석이 다르다는 것은 명확하게 눈에 보일만한 변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규제 문턱의 높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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