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 옥살이를 한 온 윤모(52)씨가 재심을 청구했다.
윤씨의 재심을 돕는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은 유죄가 확정 선고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420조에 따라 13일 오전 수원지법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윤씨와 변호인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재심 과정은 단순히 승패 예측에 머물지 않고 당시 사건 진행 과정에서의 경찰과 검찰, 국과수, 재판, 언론까지 왜 아무도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지 않았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재심 청구 취지를 밝혔다.
이들이 재심 청구 이유로 든 근거는 형사소송법 420조가 규정한 7가지 재심사유 중 새롭고 명백한 무죄 증거(제5호)와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제1호 및 제7호)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의자 이춘재가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의 집 구조 등을 그려가며 침입 경로를 진술한 점, 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검토 결과에 대해 여러 전문가가 오류 가능성을 제시한 점 등이 근거로 제시됐다. 박 변호사는 또 당시 경찰이 소아마비 장애인인 윤씨를 불법적으로 체포·감금했으며 구타와 가혹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 이는 수사기관의 직무상 범죄에 해당한다고 부연했다.
박 변호사는 끝으로 “윤씨가 1∼3심까지 모두 국선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며 재심사유를 판단할 때에 이런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구했다.
윤씨는 이날 “나는 무죄이다”라는 글로 자신의 심경을 전하면서 복역 기간 및 출소 후에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어머니께 감사하다. 모든 것에 대해 희망을 주셨고, 인간답게 살라고 하셨다”면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외가와 연락이 두절됐다. 모친인 박금식씨를 알고 있는 사람의 연락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8차 사건은 지난 1988년 9월16일 태안읍 진안리 가정집에서 박모(당시 13)양이 살해된 채로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인근 농기구 공장에서 근무하던 윤씨가 범인으로 지목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춘재는 경찰 대면조사에서 8차 사건을 포함해 10건의 화성사건 모두와 충북 청주 등에서 저지른 4건 등 14건의 살인, 30여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진술해 진범 논란이 일고 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