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문재인·황교안. 코드인사 아닌 대화법부터 배워야

[기자수첩] 문재인·황교안. 코드인사 아닌 대화법부터 배워야

기사승인 2019-11-15 14:58:30

정치: (명사) 나라를 다스리는 일.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정치’란 단어를 표준국어사전에서 정의한 결과다. 그렇다면 이같은 정의에 입각해 우리나라의 정치는 잘 이뤄지고 있을까.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5일 유권자 1001명이 내린 20대 국회의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10명 중 1명(10%)만이 잘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더욱 아쉬운 것은 취재과정에서 ‘그렇다’고 답한 이들을 찾기는 10명 중 1명보다 적었다는 점이다. ‘20대 국회가 정치를 잘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모든 이들은 ‘아니다’, ‘답답하다’, ‘못한다’는 부정적 평가뿐이었다. 그 중엔 ‘최악’이라는 답도 있었다. ‘모르겠다’, ‘관심없다’는 답변이 그나마 부정적이지 않아 보일 정도다.

정치의 중심에 있는 국회의원들조차 공공연히 ‘최악’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더구나 개인적으로 묻거나 비보도를 전제로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의원들은 ‘불통의 정치’가 만연했다는 식의 답변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상호 대화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의에서와 같이 ‘조율’이다. 그리고 조율은 ‘소통’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소통이 없는 정치가 가능할까. 소통이 전혀 없을 순 없으니 자신과 생각(코드)이 비슷한 주변인들과의 대화만을 통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코드정치’다.

최근 불거진 자유한국당의 2020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인재영입과정에서는 그 실체가 일부 드러나기도 했다. 상징적 의미를 갖는 인재영입 1호를 두고 황교안 대표와 당 내부 간의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내부반발에 영입이 보류됐다. 확인된 바에 의하면 원내 주요 보직자들도 황 대표의 해당인사 영입과정을 전해들은 바가 없다고 한다. ‘불통’이다.

불통의 정치, 코드정치는 20대 국회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국회의 파트너이자 국정을 직접 운영하는 정부 관계자들 또한 예외는 아닌 듯하다. 얼마 전에야 마무리된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각종 사회 현안과 의혹에 모르쇠나 자기가 옳다는 식의 답변만을 내놨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결과를 외면하는 듯했다. 고성과 삿대질로 질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많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청원게시판 등 대화와 소통의 정치를 하겠다며 지지를 얻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행보는 ‘야당은 고까운 시선으로 부정적 평가와 비판만을 하는 집단’으로 각인된 듯, 대화를 단절하고 주변인과의 소통만으로 정사를 풀어가는 모습이 왕왕 언론 등을 통해 비춰진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대통령의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 당원이자 정치계에도 몸담았던 한 행정가조차 “야당과의 대화는커녕 국민과의 대화도 잘 하지 않으시는 모습”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 때문인지 국정지지율이 떨어지고 부정적 평가가 높아지는 결과들이 나오는 듯하다. 

여기도 저기도 ‘대화가 안 된다’는 푸념과 분노뿐이다. 그 반작용으로 일부나마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책임을 통감한다거나, 소신껏 잘못을 시인하고 평가 하는 모습을 보인 이낙연 국무총리가 각종 여론조사결과에서 차기 대선주자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는 인기인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이래서는 정치가 될 수 없다. 인기몰이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사전에서처럼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며, 책임을 전제로 주어진 권력을 활용해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야하는 행위다. 과연 20대 국회는 임기가 5개월 가량 남은 지금,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이번 국회가 임기 중 여야가 뒤바뀌고, 국민에 의한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데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다당제 정국이라는 점에서 감안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국민 중 1명 혹은 그 이하만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국회가 잘했다고는 정치인들 스스로도 결코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과연 정치인들은 지난 4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한 국민과 국가에게 어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것인지 묻고 싶다.

김성찬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교롭게도 이글을 쓰고 있는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소속 현역의원 중 3번째로 불출마 선언을 했다. 그는 불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며 간절한 바람을 담은 말을 남겼다. 그의 바람이 이뤄지길 희망한다.

“남의 말도 좀 듣고 때로는 내 생각도 좀 양보하고 내려놓는 모습이 돼야 대화가 되고 통합도 될 것입니다. 정말 정치지도자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나만 옳다는 생각에서 좀 벗어나 마음을 열고 상대가 옳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때론 양보도 하며 대한민국을 지켜나가는 건강한 정치문화가 됐으면 합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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