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일반의약품 점자 표시 비율 낮고 가독성도 떨어져”

소비자원 “일반의약품 점자 표시 비율 낮고 가독성도 떨어져”

기사승인 2019-12-04 10:39:39

처방전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 외부 포장 점자 표시 비율이 현저히 떨어져, 시각장애인이 약품을 오·남용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4일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은 “의약품에 대한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오·남용을 막기 위해 의약품 점자 표시 실태 및 해외 사례를 조사했다”며 “일반의약품 생산실적 상위 30개 제품과 수입실적 상위 20개 제품 및 안전상비 의약품 13개 제품 중 구입 가능한 58개 제품의 점자표시 여부를 조사한 결과 16개(27.6%) 제품에만 점자표시가 있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45개의 일반의약품 중 12개(26.7%) 제품 ▲13개의 안전상비의약품 중 4개(30.8%) 제품 등이었다.

점자 표시를 하는 경우에도 21개 의약품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독성은 주로 점자 규격에 따라 좌우됐는데, 점 높이가 낮고 점 간격 및 글자 간격이 과도하게 좁거나 넓은 경우 가독성이 낮았다.

표시 항목에 대해 관련 규정에서는 제품명, 업체명, 사용설명서 주요내용 등을 점자 표시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32개 의약품 중 23개 제품은 제품명만을, 4개 제품은 제품명과 업체명만 표시하고 있었다. 5개 제품은 가독성이 낮아 제품명 등을 확인할 수 없었다. 표시 위치 또한 의약품마다 제각각이었다.

공정위는 각기 다른 점자 규격, 표시 항목, 표시 위치 등으로 인해 점자 표시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어, 의약품 점자 표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해 점자표시를 표준화하여 시각장애인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에서는 명확한 지침이 마련돼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 2004년 3월 의약품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외부 포장에 제품명 점자 표시를 의무화했고, 성분의 함량이 두 가지 이상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은 함량도 점자 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환자 단체의 요청이 있는 경우 시판허가권자는 의약품 첨부문서를 시각장애인에게 적합한 형태(음성‧점자설명서 등)로 제공해야 한다.

미국은 의약품에 대한 점자표시 의무는 없지만, 의약품 포장 관련 산업 협회와 점자 단체들이 협력해 2009년 5월 미국과 캐나다에서 통용되는 의약품 점자 표시 가이드라인(Can-Am Braille)을 제정하고 의약품 포장 관련 업계 등에 보급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와 사전 협의를 통해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의약품 점자표시 활성화 및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의약품 점자 표시 가이드 라인 제정을 식약처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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