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판 속 보호자는 여자, 작업자는 남자…性 격차 108위의 현실

표지판 속 보호자는 여자, 작업자는 남자…性 격차 108위의 현실

기사승인 2019-12-21 06:00:00

일상 생활공간 곳곳에 남아있는 성차별적 요소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은 성차별적 공간에 대한 시민의견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10월11일부터 같은달 21일까지 진행된 조사에 서울시민 1206명이 참여했다. 전체 응답자 중 95%의 시민들은 일상생활 공간에 성차별적 요소를 인지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차별적 요소가 가장 많다고 느껴지는 곳은 ‘여성 전용 공간에만 설치된 돌봄 시설’이었다. 전체 응답자 중 34.7%는 기저귀 교환대나 유아 소변기 등을 여자화장실·휴게실에만 비치하는 것이 차별적이라고 봤다. 돌봄 노동의 주체를 여성으로 한정한다는 지적이다. 또 여성은 분홍색, 남성은 파란색으로 표현하는 인테리어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21.1%였다. 여성은 보호자, 남성은 작업자 등 성역할 고정관념이 들어 있는 표지판도 8.6%가 문제라고 꼽았다.

이처럼 물리적인 공간에 남아있는 성차별적 요소의 시정은 더디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시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왜 아동보호구역 표지판에 보호자는 여자 모습이고, 공사 현장 표지판 속 인부는 남자 모습인가’ ‘임산부 배려석의 색상이 진한 분홍색인 것도 성별에 근거한 고정관념이다’ 등의 비판이 나왔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우리나라의 성평등 관련 지수는 전 세계적으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유엔개발계획이 각 국가의 양성 격차 수준을 5그룹으로 분류해 발표하는 성개발지수(GDI·Gender Development Index) 보고서에서 올해 우리나라는 3그룹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 외에 바레인, 오만, 스리랑카, 쿠바 등이 3그룹에 속했다. 또 세계경제포럼(WEF)의 ‘2019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서는 전체 153개국 중 108위를 기록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상근활동가는 “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성차별적 상황들은 사소한 것이더라도 시민들의 인식 속에 고정관념을 형성하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성별이 이용하는 공간에 고정적으로 일정한 색상이나 시설물을 결부시키면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활동가는 “공직자와 기업 등 공공시설물을 조성하는 관계자를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공간에 남아있는 성차별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성주 인턴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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