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포츠계도 다사다난했다.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류현진, 발롱도르 최종 후보 22인에 오른 손흥민 등 밝은 면도 있었지만 스포츠계 미투 운동, 호날두 노쇼 논란 등 어두운 면 또한 있었다. 쿠키뉴스가 2019년 스포츠계 7가지 이슈를 정리해봤다.
① 스포츠계 미투 운동 확산
1월 8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의 폭로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조재범 전 국가대표 코치로부터 어린 시절부터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백이었다.
심석희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정상을 석권한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선수이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심석희의 용기 있는 행동에 힘입어 체육계 내 숨겨진 피해자들도 하나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 유도선수 신유용 등의 이어진 폭로 덕분에 체육계의 숨겨진 민낯이 드러났다.
논란이 거세지자 정부와 대한체육회도 뒤늦게 실태 조사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3개 부처는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고 합숙 훈련을 점진적으로 폐지하며, 인권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체육계의 성적 지상주의, 엘리트 체육 위주의 육성 방식에 대해서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체육계 쇄신을 주문했다.
② U-20 월드컵 결승 진출… 정정용호,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쓰다
정정용 감독이 지휘한 한국 20세 이하(U-20) 남자 축구 대표팀은 올해 5월 23일(현지시간)부터 6월 15일까지 폴란드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FIFA 주관 대회를 통틀어 한국 남자축구 사상 최고 성적이다.
당초 큰 기대는 없었다. 포르투갈,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와 이른바 '죽음의 조'에 속해 조별리그 통과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정정용호는 2승 1패를 거두고 조 2위로 16강에 진출하더니 숙적 일본을 1-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8강 상대 세네갈과 승부차기 접전 끝에 신승을 거둔 대표팀은 4강에서 에콰도르마저 꺾고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에 진출했다.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에서 1-3으로 역전패했지만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천재’ 이강인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한 무대이기도 했다. 이 대회에서 2골 4도움을 기록한 이강인은 아시아 선수로는 두 번째로 골든볼을 수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③ 호날두 노쇼 논란
세계적인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의 ‘노쇼 사태’는 한국 축구 팬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긴 사건이었다.
지난 7월 26일 K리그 올스타는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명문팀 유벤투스와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친선 경기를 가졌다. 축구 스타 호날두의 방한 소식에 국내 축구팬들도 열광했다. 비싼 티켓 값,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6만 5000여 명의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호날두는 팬들의 기대를 철저히 배반했다. 경기 전 예정됐던 팬 미팅과 사인회 행사에 나타나지 않더니 친선전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계약 조건에 '호날두가 45분 이상 뛴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팬들은 후반전엔 호날두가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몸도 풀지 않은 채 후반에도 벤치만 지켰다. 호날두의 결장을 예상한 일부 관중들은 호날두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이름을 연호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경기가 종료되자 호날두는 별다른 인사도 없이 서둘러 경기장을 빠져나가 공분을 자아냈다.
호날두와 유벤투스의 행태에 분노한 팬들은 급기야 티켓값과 위자료 등을 경기 주최사인 더페스타에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시민단체의 고발을 접수한 경찰은 더페스타 대표를 소환 조사하는 등 현재까지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④ 류현진,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
‘괴물’ 류현진의 활약 덕에 국내 야구팬들의 올 한 해 아침은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지난 몇 시즌 간 부상과 수술 등으로 신은함 류현진은 올 시즌 칼을 갈았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건강한 몸 상태를 증명하더니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을 맡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5월에는 그야말로 ‘언터쳐블’이었다. 5월 6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점 0.59의 만화 같은 성적을 거뒀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이달의 투수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선수가 이 달의 투수상을 받은 것은 1998년 박찬호 이후 21년 만이다.
활약을 이어나간 류현진은 7월엔 한국인 투수로는 최초이자 아시아 투수로는 1995년 노모 히데오(LA 다저스) 이후 두 번째로 올스타전 선발 투수로 나서는 영광을 누렸다.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와 비견되는 등 유력한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됐던 류현진이지만 8월말부터는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하락세를 탔다. 9월 반등에 성공했고 정규시즌을 14승 5패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은 2.32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양대 리그를 통틀어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달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발표에서 1위표 1장, 2위표 10장 등 88점을 얻어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에 이어 단독 2위 자리에 올랐다. 사이영상 투표에서 1위표를 받은 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처음이다.
이러한 활약에 힘입어 류현진은 지난 2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000만 달러에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으며 최고의 한 해에 마침표를 찍었다.
⑤ 발롱도르 후보 22인, 월드클래스가 된 손흥민
손흥민(토트넘)에게 2019년은 ‘월드클래스’ 선수로 발돋움한 한 해였다.
손흥민은 지난 10월 23일 즈베즈다와의 ‘2019-20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 홈경기에서 두 골을 쏟아내며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했던 유럽리그 한국인 최다 골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손흥민은 이후에도 126호 골을 터뜨리는 등 득점 행진을 이어가며 한국 축구의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8일 번리전에서 나온 손흥민의 ‘원더골’은 그의 최정상급 기량을 가늠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진영 페널티 지역 부근에서 볼을 잡은 뒤 수비수 7명을 차례로 제치며 상대 페널티 지역까지 질주했다. 이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젖혔다. 홀로 질주한 거리만 70m를 훌쩍 넘는 '원더골'이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찬사가 쏟아졌다. ‘세기의 골’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조세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에게 ‘손나우두’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브라질 축구 대표팀을 대표했던 골잡이 호나우두와 손흥민을 합성한 단어다.
이런 활약을 앞세워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를 뽑는 ‘발롱도르’ 후보 30명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그리스, 핀란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기자로부터 5순위 투표로 1표씩을 받아 4점을 따내 전체 22위를 기록했다. 2007년 이라크의 유니스 마흐무드(2점‧29위)를 뛰어 넘고 당당히 세계 최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⑥ 제2의 전성기 맞은 K리그
K리그는 2019년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한국프로축구 연맹에 따르면 ‘K리그 2019’의 총 누적 관중은 237만6924명으로 지난해(157만628명)보다 무려 51.3% 증가했다. 시즌 총 누적관중이 230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K리그1 총관중이 180만명을 넘은 것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고, K리그2 총관중이 50만명을 넘은 것도 2013년 K리그2 출범 이후 최초다.
흥행 돌풍의 중심에는 대구가 있었다. 축구전용경기장 DGB대구은행파크를 개장한 대구는 9번의 매진을 기록하는 등 인기몰이를 했다. DGB파크에는 올 시즌 20만 3942명이 경기장을 찾았는데 이는 전년(6만6837명) 대비 305.1% 증가한 수치다.
전통의 흥행 강자 서울도 올 시즌 성적 반등에 성공하면서 관중들의 발걸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32만4162명(평균 1만7061명)을 모아 K리그 총 관중 1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우승을 거둔 전북이 27만8738명으로 뒤를 이었다.
⑦ 박항서 감독, 베트남 축구의 전설이 되다
‘박항서 매직’은 2019년에도 계속됐다.
2017년 10월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 베트남 축구는 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박 감독 부임 후 180도 달라졌다.
부임 3개월 만인 2018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이룬 것을 시작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역대 처음으로 4강 진출을 일궈냈다.
12월엔 10년 만에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번 달에는 베트남 축구 역사상 60년 만에 동남아시안게임(SEA)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현재 베트남은 ‘박항서 신드롬’으로 들떠 있다. 박 감독은 ‘국민 영웅’ 뿐만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교류와 우정을 상징하는 대표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베트남은 이제 다음해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 예선에서 베트남 역사상 첫 올림픽 축구 본선 진출을 노린다. 이미 2022년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서 조 1위를 지켜 베트남 축구 최초로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유력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