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INTJ인데 너무 나야. 진짜 똑같아"
"난 ESFP라서 사람들이랑 말하는 거 좋아해"
"T타입이랑 F타입은 서로 절대 이해 못한대"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성격유형검사(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열풍이 불고 있다. MBTI는 마이어스(Myers)와 브릭스(Briggs)가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Carl Jung)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검사 도구다.
수검자의 답변을 바탕으로 외향-내향(E-I) 지표, 감각-직관(S-N) 지표, 사고-감정(T-F) 지표, 판단-인식(J-P) 지표 등 4가지 기준에 따라 16가지 성격유형으로 분류한다. 검사 결과를 통해 정신적 에너지가 외향적인지 혹은 내향적인지, 또 정보수집 시 감각과 직관 중 어느 기능을 더욱 사용하는지 등 성격적 특성과 행동의 관계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대학생 A씨(22세)도 MBTI에 푹 빠져있다. 친구들과 유형을 비교해보는 것은 물론 드라마나 영화 주인공, 좋아하는 아이돌의 유형을 추측해보는 일도 다반사다. 이러한 점이 자신과 상대방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A씨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성격과 정말 비슷하게 나와서 놀랐다. 특히 엄마와는 정반대 타입이다. 평소에 엄마와 말이 잘 안통했는 데 이유를 알 것 같았다"고 했다.
온라인상에서는 MBTI 관련 콘텐츠도 유행이다. 일례로 'ESFP'타입은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학교 기숙사 중에는 '그리핀도르' 유형에, 디즈니 공주 가운데는 인어공주에 나오는 에리얼과 성향이 가장 비슷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성격유형과 소득의 관련성을 비교한 조사도 있을 정도다.
이같은 성격분석검사는 자신을 이해하는데 긍정적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MBTI는 세계적으로 잘 쓰이는 검사 중 하나다. 내가 아는 나 이외에도 남이 보는 나, 그리고 무의식의 영역엔 내가 모르는 나도 있다. 검사를 통한 정보로 몰랐던 나를 아는데 도움이 되는 면이 있다. 성격은 어떤 결정과정에 많은 영향을 줄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검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MBTI 검사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기 보고식 검사이기 때문에 수검자의 상황이나 기분 변화에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 등 정신병리가 있는 경우 결과가 왜곡될 수도 있다. 백 교수는 "MBTI가 나름대로 잘 구성되어 있는 검사이긴 하지만 정상-비정상 개념이 포함되지 않아 최근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검사결과를 맹신하기보다는 참고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