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구조작업의 일환이었던 ‘선내 공기주입’이 논의 단계부터 청와대 보고용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7일 경향신문은 해경 관계자들의 검찰 진술조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진술서 등을 분석해 이같은 정황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이춘재 해경 경비안전국장, 김문홍 목포해양서장 등 해경 간부들은 지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3일간 다섯 차례 거쳐 총 3시간45분 공기주입 작업 회의를 했다. 가장 짧은 회의는 10분, 긴 회의는 1시간20분 동안 열렸다.
회의에서는 작업을 진행할 업체 선정, 잠수사 가이드라인 설치 계획, 실종자 구조방안 등이 논의됐다. 공기 주입에 사용할 공기압축기의 용량·종류 등 세부사항을 상의한 기록이나 증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참사 당일 오후 8시30분부터 10분 동안 이뤄진 2차 회의는 “세부 사항은 추후 수중 전문업체와 협업해서 진행토록 조치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회의와 구조 작업 모두 ‘보여주기식’ 조처였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4월17일 참사 현장을 방문해 김 전 해경청장에게 세월호 선내 공기주입을 당부했다. 다음날 오전 김 전 해경청장은 유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에서 “금방 들어온 소식인데, 현 시각부터 공기가 투입되기 시작했다”고 알렸다. 이에 대해 1차 특조위는 지난 2016년 9월 “세월호 공기주입은 청와대 보고용 쇼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기 주입을 맡은 민간업체도 작업을 부실하게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업체 관계자들 사이에서 “용량에 상관없이 아무 공기압축기나 일단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고, 소형 공업용 공기압축기가 현장에 투입됐다는 것이다. 또한 공기압축기에는 공업용 오일이 사용됐다. 이 과정에서 해경의 제재는 없었다. 특조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장에 투입된 소형 공기압축기는 세월호 내 인명 구조 실효성이 없었다. 특조위는 해경이 공기주입이 쉬운 조타실에 공기압축기를 연결해놓고, 탑승객들이 많이 모인 3층 식당칸에 공기를 넣은 것처럼 발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희생자 고 박수현군 아버지 박종대씨는 “수차례 회의를 해놓고 공기주입 시늉만 했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결과다”라며 “해경 간부들의 고의적 의무방기가 아닌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박씨는 신문의 세월호 참사 관련 검찰 진술조서 분석과 취재를 도왔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