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 1928)’와 캐릭터 산업

[정동운의 영화속 경제이야기]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 1928)’와 캐릭터 산업

기사승인 2020-01-15 09:48:28

2020년 경자년(庚子年), 다산과 풍요의 상징인 ‘흰 쥐’의 새해가 밝았다. 누가 뭐라 해도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쥐는 월트 디즈니(Walt Disney, 1901∼1966)에 의해 탄생한 ‘미키마우스(Mickey Mouse)’다. 

이 미키마우스는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 1928)’를 통하여 태어났다. 영화는 7분(편집 후 정확히 7분 15초)짜리 흑백 애니메이션에 불과하지만 그 의미는 대단하다. 세계 최초로 소리와 동작이 동시에 녹음된 만화영화이며, 디즈니의 만화영화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불멸의 캐릭터 미키마우스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장난끼 많은 미키는 강을 건너가는 증기선의 갑판원이다. 강을 따라 증기선을 운전하면서 미키는, 신나게 다리를 떨어가며 ‘Steamboat Bill’을 흥얼거린다. 항상 개구쟁이 같은 미키가 못마땅한 선장 피트가 뒤에서 무섭게 노려본다. 증기선은 짐을 싣기 위해 부둣가에 잠시 멈췄다가, 염소와 짐을 싣고 증기선은 다시 출발한다. 그때 미처 배에 타지 못한 미니가 허겁지겁 뛰어온다. 기중기를 이용해 미니를 들어 올려 무사히 배로 옮기지만, 미니는 들고 있던 ‘Turkey In The Straw’ 악보를 놓치게 되고, 염소가 먹어치운다. 그러나 미키는 미니를 즐겁게 해주려고 동물들을 악기 삼아 ‘Turkey in the Straw’를 신나게 연주한다. 염소의 꼬리를 구부려 마치 축음기 돌리는 장면을 연출하고, 돼지의 젖꼭지를 비틀고 암소의 이빨을 실로폰처럼 두들겼던 것이다. 이 모습을 본 피트는 미키에게 주방에서 벌로 감자 깎는 일을 시킨다. 감자 깎기에 심술이 난 미키를 앵무새가 비웃는다. 앵무새를 향해 감자를 던지고 기분이 풀어졌는지 미키가 웃는다”

미키마우스의 가치는 디즈니의 다음 말에서 잘 알 수 있다. 생전에 그는 TV 토크쇼와의 대담에서 성공 비결을 묻는 질문에, “모든 것은 한 마리의 생쥐에서 시작됐다”고 하였다. 영화의 내용은 보잘것없지만, 캐릭터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캐릭터(character)’는 어원이 ‘새겨진 것’, ‘조각된 것’이란 의미를 지닌 그리스어 ‘kharakter’에서 유래한 것으로, ‘하나의 인격을 갖는 형태로써, 인쇄매체, 제품, 게임 등에 적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디자인물’을 뜻한다. 이 캐릭터는 영화나 만화의 주인공(사람이나 동물) 등을 디자인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미키마우스나 포켓몬스터, 둘리 등을 들 수 있다. 캐릭터 산업은 미키마우스가 히트하면서부터 시작되었는데, 미키마우스를 1929년 미국의 상품 제조업자인 펫트 파워(Pat Power)가 300달러를 주고 최초로 공책 표지에 캐릭터 상품화한 것이 출발점이었다. 이 캐릭터 산업은 미술적 창작물을 상품화한 것으로, 어떤 대상물의 상징적 가치가 인정되어 그것을 상품이나 광고, 기업이미지, 이벤트 등의 특성에 맞게 제작하여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지식재산권으로서의 캐릭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서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고 있다. 이는 인기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가치로서의 강력한 힘에 의한 것이다. “당신이 어떤 것을 꿈꿀 수 있다면, 그것을 실현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바로 생쥐 한 마리에서 시작되었음을 항상 기억하라”는 디즈니의 말은 그래서 더욱 가슴에 다가온다.

정동운(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홍석원 기자
001hong@kukinews.com
홍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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