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잠재적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조사하도록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데 걸림돌이 된 당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를 쫓아내라고 말한 녹취파일이 공개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ABC 방송이 25일(현지시간) 공개한 음성자료에는 2018년 4월 30일 미국 워싱턴DC의 한 호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계 미국인 사업가 레프 파르나스와 벨라루스 출신 미국인 사업가 이고르 프루먼 등과 만찬을 하면서 나눈 대화 내용이 담겼다.
녹취록은 파르나스 측 변호사가 탄핵 소추위를 이끌고 있는 민주당 애덤 시프 하원의원이 위원장인 정보위원회에 전달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의 측근인 파르나스와 프루먼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를 종용한 혐의 등으로 뉴욕 연방 검찰에 지난해 10월 기소됐다.
프루먼이 식탁 아래에서 녹음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녹취에서 파르나스로 보이는 인물은 마리 요바노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를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은 “그녀를 내일 쫓아내라”라고 반복적으로 말했다.
파르나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녀(요바노비치 대사)는 클린턴 행정부에서 임명된 사람”이라며 “모두에게 ‘곧 탄핵 되니까 기다리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돌아다닌다”고 전했고, 이를 듣고 있던 주변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지난해 5월 해임돼 본국으로 소환됐다. 그는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압박에 동조하지 않자 줄리아니가 자신을 중상모략해 해임됐다는 주장을 펴왔다.
파르나스는 상원의 탄핵 심판 개시를 앞둔 지난 15일 MS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압박 의혹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잡아뗐다.
이 녹취 파일이 조작된 것이 아니라면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의 열쇠를 쥔 줄리아니의 측근 파르나스를 알지 못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는 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게 ABC 방송의 지적이다.
파르나스 측 변호인이 파르나스와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온라인에 공개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부금 모금 행사에 와서 나와 사진을 찍었을지 모른다. 나는 늘 수천 명과 사진을 찍는다”고 해명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