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탈당여파가 바른미래당 전반을 덮치는 분위기다. 당 내부에서조차 손학규 현 당대표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식석상에서 나오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동섭 원내대표권한대행이 선두에 섰다.
이 권한대행은 30일 오전 원내정책회의 시작부터 손 대표를 향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어제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했다. 이로써 바른미래당이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은 사라졌다”면서 “안타까움을 넘어서 참담함을 느낀다. 깊은 슬픔 또한 느낀다. 그리고 이 비극적인 결말의 원인을 만든 손학규 대표에게도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어 “바른미래당 이름으로 출마하는 예비후보가 불과 20여 명에 불과하다. 당 차원의 총선 공약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인재영입도 없다. 당 조직도 마비되고, 당의 기둥인 평당원의 탈당이 줄 잇고 있다”며 “선거를 불과 70여 일 남겨두고 있는 당의 현실이다. 당의 모든 것을 갈아엎는 혁신 없이는 총선에서 단 한 석도 기대할 수 없다”고 당의 현실을 꼬집었다.
나아가 “손학규 대표는 마지막 역전 찬스마저 병살타로 날려버렸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개인회사 오너가 CEO 해고하듯 통보했다고 격분하며 말했지만, 기업이 CEO의 아집으로 부도직전까지 몰렸다면 주주총회를 열어 당연히 CEO에게 책임을 묻고 회생절차에 돌입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라고 손 대표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심지어 손 대표가 안 전 대표의 탈당에 대한 입장문에서 “자리 욕심만 채우지 마시고, 대화와 타협이 없는 정치는 고립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요구사항만 얘기하지 말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당을 나가라는 태도는 정치인의 바람직스러운 자세가 아니다”라는 말을 손 대표에게 그대로 인용해 직언하기도 했다.
신용현 의원은 “어제 당의 큰 정치적 자산인 안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했다. 기득권 양당과 지역을 넘어 국민통합의 정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안 전 대표가 결국 당을 떠나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저 또한 국회의원으로서 안 전 대표의 뜻과 함께하며 중도·실용정치가 바로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안 전 대표를 향한 지지를 내보였다.
더불어 “손학규 대표와 바른미래당의 선배 의원들께 부탁한다. 국민의당 당시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을 뽑아주셨던 국민의 민의가 이번 총선을 통해 다시 반영될 수 있도록, 저희 비례의원들의 길을 열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안 전 대표와 함께하기 위한 출당에 동의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직접 전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