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빠르게 성장해 뜨겁게 사랑받은 유튜브 채널의 주역들이 모였다. 유튜브 ‘백종원의 요리비책’의 백종원, ‘워크맨’ 고동완PD, ‘자이언트 펭TV’ 이슬예나 PD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31일 오전 서울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유튜브 크리에이터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 “면접 대기실에서 ‘워크맨’ 기획 떠올렸죠.”
JTBC 콘텐츠부 소속으로 ‘워크맨’ 연출을 맡고 있는 고동완 PD는 JTBC 입사 면접을 기다리며 ‘워크맨’의 토대가 될 만한 내용을 생각했다. 직업을 구하는 현장에서 직업에 관한 콘텐츠를 떠올린 것이다. 고동완 PD는 “접근성이 좋은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입사 후 술자리에서 우연히 장성규 씨를 만나 기획을 현실로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EBS에서 ‘자이언트 펭TV’를 연출하는 이슬예나 PD는 EBS의 교육적인 가치와 선한 영향력을 지키되, 기존 EBS 프로그램과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유튜브를 선택했다. 이 PD는 “초등학생만 돼도 EBS 콘텐츠를 보지 않는 현실이 아쉬웠다”면서 “시청자를 가르치려는 화법보다 동등하게 소통하는 화법을 구사하고, 자기표현이 강하고 돌발적이지만 솔직한 매력이 있는 친구가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해 이런 부분을 바꿔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레시피를 소개하는 채널에 출연하고 있는 백종원의 경우 앞선 두 사람과 입장이 다르다. 방송사에 소속돼 전문적으로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백종원은 “유튜브는 서점처럼 다양한 수준의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면서 “처음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잘못된 내 레시피를 제대로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간단하게 하려 했지만, 콘텐츠가 어느 정도의 완성도는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제작팀을 꾸려 방송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 “내 노하우를 풀어 놓으면 새로운 지식이 돼 돌아와요.”
화제의 유튜브 채널 관련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크리에이터의 역량은 무엇일까. 백종원은 “나의 노하우를 공유하면 누군가 그것에 색을 덧칠해 나에게 새로운 지식이 돼 돌아온다”며 유튜브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이어 “이익을 얻겠다는 마음보다 취미생활을 통해 나의 노하우를 나눈다는 자세로 출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슬예나 PD는 디지털 콘텐츠 연출을 디자인에 비유하며 연출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이 PD는 “자발성과 진정성이 중요한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연출의 역할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워졌다”면서 “모든 상황을 통제하거나 반대로 방관하려 하는 것이 답은 아니다. 방송 상황을 게임 만들 듯 설계하는 역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선을 넘는 내용으로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끈 ‘워크맨’의 고동완 PD는 채널 타겟층과의 소통을 중요시했다. 고 PD는 “젊은 층을 시청 타겟으로 하는 만큼, 프로그램을 인턴과 후배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경청한다”면서 “젊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내 것만 맞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꼰대 마인드’를 내려놓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펭수가 나오는 영화를 제작해보고 싶어요.”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이들은 올해도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슬예나 PD는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펭수의 힘을 믿었다. 앞으로 펭수와 하고 싶은 콘텐츠도 무궁무진하다. 꿈을 크게 갖자면 펭수가 나오는 영화를 제작해보고 싶다”며 웃었다.
고동완 PD는 ‘을’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갑’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워크맨’이 아르바이트생의 입장과 상황을 다루는 콘텐츠인 만큼 반대로 ‘갑’을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의 레시피를 나누고자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던 백종원의 보폭은 넓어질 전망이다. 그는 “많은 사람이 음식과 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힘쓴 뒤 음식을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채널에 유입된 외국인에게 한식과 한국의 좋은 식당 등을 알리고 싶다”는 순차적인 계획을 밝혔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