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별세한 박연차 태광실업 전 회장(사진)은 2009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연차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게이트로 검찰 조사까지 받으며 결국 투신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박 전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인연은 197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남 밀양 출신인 박 전 회장은 1971년 김해에 태광실업 전신인 정일산업을 세우면서 당시 세무 공무원이던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와 친분을 쌓게 됐다.
이후 노 대통령의 지원자로 나섰다. 1988년 3월 노 전 대통령이 13대 총선에 부산 동구 국회의원에 출마하자 박 회장은 선거자금을 지원해 주기 위해 건평씨의 한림면 임야를 4억5000만원에 사들였다.
2002년 대선 때에는 건평씨가 노 전 대통령 대선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내놓은 거제시 구조라리 별장을 10억원에 매입하며 이름을 알렸다.
노 전 대통령 재직 당시에는 사업을 확장하며 승승장구했다.
2005년 5월 박 전 회장의 계열사가 보유했던 경남 진해 옛 동방유량 공장 부지 고도제한이 완화되면서 부지 매각으로 330억원대 차익을 얻었다. 참여정부 말기에는 30억 달러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씨를 2004년 1월 중부지방국세청장에 이어 이듬해 6월 국가보훈처 차장, 2007년 4월 국가보훈처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자 박 전 회장은 봉하마을 사저 건축비 명목으로 15억원을 빌려줬다.
그러나 2009년 농협과 세종증권 관련 주식 조작 수사 과정에서 박 전 회장이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밝혀진 속칭 '박연차 게이트'가 터지며 두 사람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이 구속된 뒤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500만달러를 송금했다고 말하는 등 불리한 진술을 쏟아냈다.
노 전 대통령의 가족과 측근이 줄줄이 조사받고 본인까지 검찰에 출석하는 등 '박연차 게이트'는 초대형 스캔들로 번졌다. 결국 2009년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투신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박 전 회장은 2011년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291억원이 확정돼 2014년 2월 만기 출소했다. 2009년 11월 박 회장은 지병을 이유로 보석이 허가됐다가 2011년 6월 재수감돼 남은 형기를 채웠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